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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학교에서 이민 문제, 가짜뉴스 해법 찾는다

등록 2017-05-29 19:30수정 2017-05-29 20:11

과목 경계 넘어서는 핀란드 교육혁명
디지털 혁명 시대 맞춰, 실생활 문제 스스로 탐구
‘생각하는 방법’ 알게 해 사회문제 다룰수 있도록
기초지식 약화·학생들 간 학습격차·교사 업무부담 등은 과제
핀란드 하우호 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이 단지 친구와 수다떠는 기계가 아니라 조사를 위한 유용한 도구라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 스마트폰 사용을 자유롭게 한다고 한다.          자료: BBC
핀란드 하우호 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이 단지 친구와 수다떠는 기계가 아니라 조사를 위한 유용한 도구라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 스마트폰 사용을 자유롭게 한다고 한다. 자료: BBC

함수 그래프를 그리고 인수분해 공식을 외우며 수학 수업에 통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많은 학생들은 분통을 터뜨리곤 한다. ‘도대체 내가 이걸 왜 배워야 하는데? 이게 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는데?’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다. 이런 질문에는 교사도 쉽게 답하기 힘들다. 교육과정은 지식의 정수를 전달하는 것을 중요시해왔고, 개별 학생의 삶과 사회 현상 사이의 소통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7~16살 기초교육과정(한국의 초·중학교)에서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1년에 1회 이상 실시하고 있다. 21세기 디지털 혁명 시대의 변화에 맞춰, 학생들이 실생활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찾게 하려는 교육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여러 방면의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과목 경계를 넘나드는 교육이 이뤄진다.

교육과정이 도입된 지 9달이 지난 지금 많은 학교에서 이런 수업이 이뤄졌다. 29일 <비비시>(BBC) 방송을 보면, 핀란드 남부에 위치한 하우호 종합학교(초·중등 통합학교)의 15살 수업에서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예민한 주제인 이민 문제가 다뤄졌다. 학생들은 직접 거리에서 이민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이민센터를 방문해 망명 신청자를 인터뷰했다. 조사 결과를 비슷한 주제학습이 이뤄지는 독일 학교와 공유하기도 했다. 이 과정을 지도한 교사는 “학생들이 이민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내가 (전통적 방식으로) 가르쳤을 때와는 반응이 많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수업에는 디지털 기기들도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이 학교의 12살 수업에선 학생들이 노트북을 켜고 고대 고마와 현대 핀란드 사회를 비교해 공부한다. 한 그룹은 로마 목욕탕과 핀란드 목욕탕을 비교하는 식이다. 각 그룹은 3D프린터로 로마시대 건물을 직접 만들어 보면서, 첨단 기술 활용법도 자연스럽게 익힌다.

커스티 론카 헬싱키대 교육심리학 교수는 “생각하는 방법은 중요한 기술이다. 아이들에게는 가짜 뉴스를 판단하고 사이버 폭력을 피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기존 교육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민 등의 문제를 해결할 도구를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려도 나온다. 우선 각 과목의 기초 지식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핀란드 교육당국은 “각 과목별 교육을 없애는 것이 아니며 1년에 1회 수업만 의무화해 점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학생들 간 격차를 벌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사는 “이 방식으로 총명한 학생들은 그들의 속도로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격차는 벌써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육 방법이 교사들의 업무 강도를 높이며, 디지털 도구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 든 교사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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