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압승 아니면 의미 없는데…조기총선, 메이의 자충수 되나

등록 2017-06-01 17:33수정 2017-06-01 21:26

일부 여론조사 보수-노동당 격차 3%P 좁혀져
브렉시트보단 사회복지 공약에 노인층 등돌려
압승 못하면 승부수 던진 메이 총리 입지 타격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31일 선거 유세 중 공장 노동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배스/EPA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31일 선거 유세 중 공장 노동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배스/EPA 연합뉴스
영국 보수당이 대승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선거에서 턱밑까지 노동당에 추격당했다. 오는 8일 치러질 총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노동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최근 3%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막 시작된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협상 추진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비시>(BBC) 방송을 보면, 지난 31일 결과가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42%는 보수당을 지지하고 39%는 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고브가 전망한 보수당 의석수는 310석으로 지금보다 오히려 20석이 적다. 과반의 기준이 되는 326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연정 구성이 불가피해 보수당의 입지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노동당은 지금보다 28석 많은 257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가 지난 31일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케임브리지/AP 연합뉴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가 지난 31일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케임브리지/AP 연합뉴스
비슷한 시기에 결과가 나온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양당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져, 아직 보수당이 지지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메이 총리와 보수당에 이번 총선은 단지 우위를 점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메이 총리는 보수당이 하원의 과반을 점한 상황에서 3년이나 남아 있는 의회 임기를 단축하면서 조기총선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굳이 조기총선을 주장한 것은 국민 지지를 재확인해 브렉시트 협상을 강하게 이끌어가겠다는 의도였다.

4월에 조기총선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이는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계획이었다. 4월19일 발표된 유고브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 지지율(48%)이 노동당(24%)의 두 배였다.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한 것은 5월 중순 이후다. 보수당이 5월18일 발표한 사회복지 개혁 공약이 시발점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65살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요양비용 수급 기준을 높이겠다는 내용이 지지층인 고령층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노동당은 이를 ‘치매세’(dementia tax)라며 비난했다. 안보 심리를 자극해 보수당에 유리한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이던 맨체스터 테러 뒤에도 지지율 격차는 좁혀졌다.

<뉴욕 타임스>는 유고브의 앤서니 웰스 조사부문 책임자를 인용해 “보수당은 유세에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메이는 왜 유권자가 자신에게 투표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고, 자신이 ‘코빈(노동당 당수)이 아니다’라고만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는 코빈이 브렉시트와 안보 등 모든 문제에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강조해왔다. 텔레비전 선거 토론에 참석하지 않는 것도 거만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반면 노동당은 대기 시간이 길기로 악명 높은 국민보건서비스(NHS)에 지원을 늘려 진료를 더 빠르게 받게 하겠다는 등 생활 밀착형 복지 공약으로 지지세를 차근차근 끌어올렸다.

보수당이 압승하지 못하면 메이 총리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벌써부터 “보수당이 의석을 잃으면 사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있다. 메이 총리는 즉답을 피했다. 브렉시트 협상의 향방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그는 ‘하드 브렉시트’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보수당이 과반에 이르지 못해 연정이 불가피하거나 노동당이 집권하면 브렉시트 협상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