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 크리켓 경기장에서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하나의 사랑 맨체스터' 자선 공연이 열리고 있다. 이날 공연장에는 5만 명이 넘는 팬들이 운집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맨체스터 공연 폭탄 테러로 22명이 희생된 것을 추모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을 돕기 위해 그란데가 주최한 자선공연이었다. 맨체스터/AP 연합뉴스
테러의 진짜 타깃은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테러범은 죽거나 다친 이들의 목숨을 인질로 삼아 남은 이들의 삶을 공포로 몰아 넣으려 한다. 자신의 맨체스터 콘서트장에서 테러가 발생한지 2주만에 다시 맨체스터를 찾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자선 공연에 참여한 시민들이 두려움을 이기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음껏 즐긴 것이 ‘테러에 대한 저항’이 된 이유다.
지난달 22일 폭탄 테러가 일어났던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약 5㎞ 떨어진 올드 트래포드 크리켓 경기장에서 4일 열린 그란데의 자선 공연 ‘하나의 사랑 맨체스터’에는 5만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40파운드(5만7000원) 가량의 입장료가 책정된 이 공연에 테러가 있었던 맨체스터 콘서트에 참석한 이들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는데 1만4200개의 무료 입장권이 발부됐다. 공포에도 불구하고 맨체스터 콘서트에 참석한 관중 2만명 중 70% 이상이 공연장을 찾은 것이다.
4일 맨체스터 테러 자선 공연에서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오른쪽)와 함께 노래하는 아리아나 그란데(왼쪽). 맨체스터/AP 연합뉴스
콘서트 바로 전날 런던브리지 테러가 일어난 상황에서 두려움을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맨체스터 테러 현장에 있었던 18살 몰리 배이겐트는 테러 뒤 늘 아프고 겁에 질려 있었다. 큰 소리만 나면 공포감이 들었다. 어렵게 발을 떼 공연에 참석한 몰리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순간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공연에 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텔레비전으로 볼 수 밖에 없을 거라고. 그런데 여기(공연장)에 있는 것은 (사건이) 끝났다는 어떤 느낌을 준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친구와 함께 공연에 참석한 관객 타이론 웹스터는 공연에 참석하는 것이 ‘의무’라고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한 사람의 비열한 공격이 우리 삶을 망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공연에 참석해 삶을 즐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테러범)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너희가 누구를 망가뜨렸다는 거야? 너희는 아무도 망가뜨리지 못했어, 아무도’”라고 <뉴욕 타임스>에 밝혔다.
술집과 레스토랑에서 주말을 즐기던 시민들을 흉기로 공격한 3일 런던브리지 테러에서도 한 시민이 공격에서 도망치는 와중에도 반쯤 찬 맥주잔을 들고 있는 사진이 ‘일상을 지켜야한다’는 맥락에서 널리 주목받았다. <데일리 미러>는 “이 남성은 테러리스트가 그의 밤을 망치기를 원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3일 영국 런던브리지 테러 공격에서 도망치는 시민들. 맨 앞 오른쪽 남성이 도망치는 와중에도 맥주잔을 놓지 않은 것이 ‘테러 공포에 굴복하지 않고 일상을 지킨다’는 의미로 해석돼 주목받았다. 자료: 데일리 미러
저스틴 비버, 콜드플레이, 마일리 사이러스 등 유명 가수도 합류한 4일 콘서트는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공연 도중 관중석에서 버려진 듯한 가방이 발견되며 소동이 일기도 했다. 맨체스터 테러 때 테러범은 폭탄을 가방에 넣어 운반했다. 관중들은 이번 공연에 가방을 지참하지 않기를 요구받았고, 가방을 가져왔을 경우 경찰의 점검을 받아야했다. 방치됐던 가방 주인은 한 일본인으로 그는 서둘러 가방을 회수해갔다고 한다.
4일 맨체스터 테러 자선 콘서트에서 공연 중인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 맨체스터/AP 연합뉴스
그란데는 테러 희생자 중 하나인 15살 소녀 올리비아 캠벨의 어머니를 만난 뒤 그가 좋아했던 곡들을 넣어 공연 편성을 바꾸기도 했다. 그란데는 공연에서 관중들에게 “여러분이 보여준 화합과 사랑이 지금 세상이 진정으로 원하는 치료약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을 너무나 사랑한다”고 말했다. 공연 수익금은 맨체스터 테러 희생자와 가족을 돕기 위한 맨체스터 긴급기금에 기부될 예정이고 규모는 2백만파운드(28억8000만원)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비시>(BBC) 방송은 이 기금에 이미 1천만파운드(144억원) 이상이 모였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2일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아리아나 그란데 콘서트 뒤 벌어진 폭탄 테러로 22명이 숨지고 116명이 다쳤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