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스코틀랜드 글레스고의 에미리트 아레나에서 선거 관리위원들이 영국 조기 총선 투표용지를 개표하고 있다. 글래스고/EPA 연합뉴스
8일 치러진 영국 조기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과반 의석을 상실할 것이라는 출구조사가 나왔다. 보수당이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협상에서 재량권 강화를 위해 의회를 해산하고 치른 총선에서 과반 의석마저 상실하면,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이 표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은 제1당을 유지했으나, 기존의 과반 의석은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출구 여론조사들이 전했다. 보수당은 기존의 331석에서 17석이 줄어든 314석, 노동당은 기존 232석에서 의석에서 34석을 더한 266석, 자유민주당은 기존 8석에 6석을 더한 14석, 스코틀랜드국민당은 기존 56석에서 22석이 줄어든 34석이 예상된다. 이 출구조사는 <비비시> 등이 여론조사 회사인 엔오피/입소스 모리에 의뢰해 나온 결과이다.
이는 보수당의 패배와 노동당의 약진을 의미하나, 출구조사가 정확할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76개의 선거구가 출구 여론조사의 오차범위 내에 있다. 지난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는 여론조사와는 달리 찬성이 나왔고, 지난 총선에서는 보수당이 예상을 뒤엎고 압승했다.
이날 총선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됐다. 정확한 총선 결과는 9일 정오께(한국 시각 오후 8시)나 확정된다. 이번 총선에 걸린 의석은 모두 650석이며, 과반 의석은 326석이다.
이번 총선은 지난 5월초 테리사 메이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에서 정부와 집권당이 더 강력한 재량권을 달라며, 의회를 해산하고 치른 선거이다. 총선 결과가 출구 조사대로 나온다면, 메이 총리의 총리직 유지도 불투명하게 된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역시 방향을 종잡을 수 없게 된다. 메이의 보수당 정부는 ’하드 브렉시트’, 즉 영국의 요구 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유럽연합과의 향후 관계 악화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메이의 보수당 정부는 유럽연합 단일시장 접근권을 보장받으면서도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자유로운 왕래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보수당 정부는 총선 발표 때 노동당에 비해 여론조사에서 20% 이상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총선이 다가오면서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 차이는 1%포인트까지 줄어들어, 메이의 총선 실시가 패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총선 발표 뒤 영국에서는 영국에서 이슬람주의 세력들의 테러가 잇따르는 가운데 보수당 정부의 유럽연합 탈퇴협상 독주에 여론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빈발하는 테러 속에서 보수당 정부가 경찰 인력을 축소한 것이 쟁점이 되면서, 보수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럽연합 협상에 반대하며 영국연방 탈퇴를 위협하던 스코틀랜드국민당은 크게 의석이 줄었다. 스코틀랜드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지역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크게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