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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실패한 메이의 승부수…브렉시트도 정국도 안갯속으로

등록 2017-06-09 17:45수정 2017-06-09 23:06

영국 총선 보수당 과반 의석 상실
노동당은 약진…소수정부 불가피
코빈, 메이 사임 요구…메이는 거부
‘하드 브렉시트’ 주장 힘빠질 듯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9일 오전 런던 메이든헤드에 있는 개표소에서 전날 치러진 총선의 개표 결과가 발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메이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에서 현 보수당 정부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 의회를 해산하고 이번 총선을 실시했으나, 기존의 과반 의석마저 붕괴되는 결과가 예상되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런던/AFP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9일 오전 런던 메이든헤드에 있는 개표소에서 전날 치러진 총선의 개표 결과가 발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메이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에서 현 보수당 정부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 의회를 해산하고 이번 총선을 실시했으나, 기존의 과반 의석마저 붕괴되는 결과가 예상되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런던/AFP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승부수를 던지며 강행한 선거가 정국을 총체적 난국으로 밀어넣었다. 8일(현지시각) 치른 영국 조기총선 결과 집권 보수당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과반 의석을 잃었다. 메이의 총리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 유럽연합(EU)과 진행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놓고도 영국 내부의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비비시>(BBC) 방송 등을 보면 9일 650석 중 649석의 개표가 완료된 시점에서 보수당은 318석을 차지해 과반인 326석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총선 실시 발표 전 예상했던 압승은커녕 기존 의석수인 330석보다 크게 줄었다. 노동당은 261석을 차지해 기존 232석보다 의석수를 많이 늘렸다. 스코틀랜드국민당은 35석을 얻어 기존보다 의석이 줄었고 자유민주당 12석, 민주연합당은 10석을 차지했다. 모든 정당이 과반 의석 획득에 실패해 2010년 총선 이후 처음으로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구성되게 됐다.

메이 총리의 야심찬 승부수는 초라한 실패로 막을 내렸다. 메이 총리가 조기총선을 선언했던 4월엔 보수당의 지지율이 노동당의 2배에 이르렀다. 메이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의회의 더 확실한 지지를 얻겠다는 명목으로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결정했지만, 정작 선거 기간에 브렉시트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했다.

복지 등 국내 문제에 관심이 쏠린 선거에서 노동당은 국민보건서비스(NHS)에 지원을 늘려 병원 대기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공약 등 생활편의를 내세워 지지율을 끌어올린 반면, 보수당은 요양비용 수급 기준을 높이겠다는 공약이 ‘치매세’로 공격받으며 주요 지지층인 고령층의 외면을 받았다. 선거 유세 기간에 터진 두 차례의 테러도 보수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메이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의 안보 무능을 지적하려 애썼지만, 시민들은 메이가 내무장관에 재임하던 시절 경찰 인력이 2만명이나 삭감된 데 더 주목했다.

보수당이 제1당을 유지하긴 했지만 과반 의석을 잃으면서 정국은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헝 의회’가 구성되면서 정당 간 연합이 불가피해졌지만, 브렉시트 등 현안을 놓고 정당 간 의견 대립이 첨예한 상황이다.

메이 총리는 9일 낮 버킹엄궁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예방해 정부 구성 승낙을 받았다. 이후 그는 총리관저 앞에서 “민주연합당과 함께 일하겠다”고 말했지만, 어떤 식으로 민주연합당과 협력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보수당과 민주연합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과반이 겨우 넘는다. 두 정당이 공식적인 연정이 아닌 ‘느슨한 연대’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망했다. 소수당이 내각에 참여하지 않고 예산 등 정책에서 다수당을 지지하는 형태의 ‘소수 정부’가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거센 사임 압력을 받고 있어 새 정부 구성이 원활하게 진행될지 미지수다. 코빈 노동당 대표는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메이에게 사임을 요구했으며, 자유민주당도 메이의 사임을 요구했다. 스코틀랜드국민당도 메이 총리가 신뢰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안정이 필요한 시기”라며 사임할 뜻이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조기총선 강행으로 집권당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정국 혼란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사임 요구는 당 안팎에서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보수당의 과반 의석 상실로 이번 총선의 구실이 됐던 브렉시트 협상의 방향도 알 수 없게 됐다. 보수당이 연정을 구성해 메이가 총리 자리를 유지하더라도 이번 선거로 신뢰에 타격을 입어 유럽연합 단일시장 회원국 지위를 포기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밀고 나갈 힘이 선거 전보다 약해졌다. 의석이 늘어난 노동당 등은 유럽연합 단일시장 안에 남자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주장해 왔는데, 보수당은 이를 무시하기 어렵게 됐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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