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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사실상 승리한 코빈…노동당 재건 기수로 부활

등록 2017-06-09 19:04수정 2017-06-09 21:59

정통좌파적이고 정력적 선거운동으로 승리 주도
젊은층과 무투표층을 노동당으로 다시 견인
보수당의 긴축정책 집중 공격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8일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보수당의 과반 의석을 붕괴시키고 노동당이 의석수를 크게 늘린 개표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8일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보수당의 과반 의석을 붕괴시키고 노동당이 의석수를 크게 늘린 개표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영국 노동당 역사상 ‘가장 허약한’ 대표로 취급되던 제레미 코빈 대표가 8일 총선을 통해 노동당 재건의 기수로 부상했다.

코빈은 이번 총선에서 당초의 열세와 예상을 깨고 노동당 의석을 30석 가까이 늘리는 사실상의 승리를 이끌어, 일거에 당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코빈은 최근까지 당내 의원 172명이 그에게 불신임 투표를 하는 등 당내 반대에 시달렸다. 이번 조기 총선이 공고된 지난 4월18일에만 해도 노동당의 지지율은 보수당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뒤졌다. 하지만, 코빈은 이런 불리한 여건을 딛고서 선거 막바지에는 지지율 차이를 1%포인트까지 줄였다. 노동당이 약진한 총선 결과가 나오면서 코빈에 반대해온 의원들조차 코빈이 노동당을 부활시켰다며 그를 중심으로 단결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노동당은 이번 조기 총선에서 40%의 지지율을 기록해 2년 전의 총선에 비해 10%포인트가 올랐다. 1980년대 이후 노동당이 가장 지지율이 높았던 토니 블레서 총리 시절의 지지율과 같다. 노동당의 이런 약진은 코빈의 정통 좌파 노선과 정력적인 선거운동이 젊은층과 무투표층을 노동당으로 끌어들인 결과라고 <가디언>과 <파이낸셜 타임스> 등 영국 언론들이 일제히 평가했다.

코빈은 정직한 정치, 솔직한 언행을 슬로건으로 내건 긍정적 선거운동으로 기존 정치에 환멸을 느끼던 유권자들을 견인했다. 보수당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젊은 유권자들이나 반기성주의 성향의 영국독립당 지지층들이 다시 노동당으로 회귀한 것이다. 노동당은 35살 이하 젊은 유권자층에서 압도적 지지율을 보였다. 노동당 지지층에서 이탈해 영국독립당으로 옮겨갔던 중·하류층 유권자들이나 투표 포기층도 노동당으로 되돌아왔다. 약 400만명으로 추산되는 영국독립당 지지자 중 상당수가 이번에 노동당에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독립당은 지난 총선 지지율 13%에서 이번에는 2%로 급락했다.

코빈은 이번 선거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사람들은 이제 긴축정책은 충분하다고, 공공지출 삭감도 충분하다고, 우리의 의료서비스, 우리 학교들, 우리의 교육 서비스에 대한 예산 삭감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이 누려야 할 기회들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메시지를 들고 전국의 선거구를 누비는 정력적인 선거운동을 펼쳤다.

그는 이번 조기총선을 촉발했던 핵심 문제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해서도 성공적 전술을 구사했다. 메이의 보수당 정부가 ‘하드 브렉시트’, 즉 유럽연합과의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천명한 반면에 그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브렉시트는 핵심 쟁점이 되지 않았고,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유권자들의 노동당 이탈을 최소화했다. 또 유럽연합 잔류를 원하는 유권자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유럽연합 잔류를 선택했던 런던 등 대도시에서 노동당은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노동당 내에서 코빈의 지지자가 아닌 피터 헤인 전 웨일스 담당 장관도 “노동당의 지도자로서 코빈은 당에 활력을 불어넣는 큰 공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코빈이 정력적이고 정통좌파적인 사회주의적 선거운동으로 공을 세웠고 당 지도자로서 입지를 굳혔다”며 “이제 노동당의 중도파 의원들은 1년 전에 자신들이 끌어내리려 하던 지도자 뒤로 줄을 서야하게 됐다”고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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