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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마크롱 정당 의석 70% 휩쓸다…프랑스의 기회와 위기

등록 2017-06-13 13:38

프랑스 5공화국 사상 최대 정치 격변
기존 좌우 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 몰락
낮은 투표율로 프랑스 민주주의 위기
마크롱과 전진당의 모순되고 모호한 노선
프랑스 총선이 치러진 11일(현지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북부 르투케에서 투표를 한 뒤 차를 타고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르투케/AFP 연합뉴스
프랑스 총선이 치러진 11일(현지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북부 르투케에서 투표를 한 뒤 차를 타고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르투케/AFP 연합뉴스
서구 민주주의의 본산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 창당한 지 1년 된 정당이 의석의 70% 이상을 석권할 것으로 보이는 정치 돌풍을 일으켰다.

11일(현지시각) 치러진 프랑스 총선 1차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신당 ‘전진하는 공화국’(레퓌블리크 앙마르슈, 이하 앙마르슈)과 민주운동당(MoDem) 연합이 득표율 32.32%로 1위를 했다. 기존 의석 0석인 앙마르슈는 18일 2차 투표를 거치면 전체 577석 의석 중 390~445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투표율은 과반에도 못 미치는 역대 최저치였다. 프랑스는 1958년 5공화국 출범 이후 지속되던 정치·사회 체제를 바꿀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게 됐다. ▶관련기사 11면

프랑스 정치를 주도해온 좌우 두 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중도우파 공화당은 21.56%를 득표했고, 집권당이던 사회당은 9.5%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공화당과 그 연합정당은 85~125석, 사회당과 녹색당 연합은 25~40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277석이나 되던 사회당 의석은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들어, 정치권 퇴출까지 우려할 상황이다.

극우민족주의를 내걸고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한 국민전선도 13.20% 득표에 머물렀고, 의석은 1~10석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급진좌파 장뤼크 멜랑숑의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11% 득표에 11~21석이 예상된다. 사회당의 우경화에 실망한 좌파 지지층을 흡수한 ‘프랑스 앵수미즈’는 15석 이상을 얻어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가능성이 커졌다. 18일 2차 투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는 선거구에서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들을 놓고 치러진다.

앙마르슈의 압승은 전후 프랑스 정치사상 최대 격변이다. 1968년 샤를 드골의 보수정당 공화국민주연합이 487석 중 352석으로 7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이후 최대 승리로 전망된다. 39살의 신인 정치인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가 이끄는 정당이 이처럼 역사적인 압승을 거둔 것은 집권 사회당의 자충수에 따른 기존 좌파 유권자층의 분열, 그리고 극우민족주의 국민전선의 부상을 견제할 대안 부재의 결과로 해석된다.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18년 동안 집권한 중도 우파 공화당의 긴축정책을 종식하고 새로운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며 집권했다. 하지만 엄격한 재정정책으로 회귀했고, 친기업적인 경제자유화 정책을 시도하다가 기존 좌파 유권자층을 이탈시켜 버렸다. 올랑드가 전후 프랑스 대통령 중 처음으로 재선에 도전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사회당의 인기가 바닥을 치자, 올랑드 정부의 경제자유화 정책을 주도하던 마크롱이 탈당해 정치운동인 앙마르슈를 창당했다.

사회당 내의 중도파들이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고, 프랑스 재계도 마크롱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탰다. 중도 유권자들도 지난 5월 대선에서 극우 국민전선의 집권을 막기 위해 마크롱과 앙마르슈 쪽으로 기울었다.

마크롱 개인의 재능과 역량도 큰 몫을 했다. 마크롱은 대통령 당선 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맞서는 대담한 행보를 보이며, 프랑스와 유럽의 자존심을 지키는 총아로 부각됐다. 그의 확고한 친유럽연합 노선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위기에 처한 유럽연합 회원국 정부와 주류 세력들의 호응을 얻었다.

마크롱과 앙마르슈는 이제 프랑스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기회를 잡게 됐다. 이번에 앙마르슈 후보로 출마한 이들은 전직 투우사부터 전투기 조종사까지, 기존 정치와 거리를 둔 파격적인 인물들로 채워졌다. 엘리트 위주의 프랑스 정치, 사회 체제의 고인 물이 바뀔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마크롱이 표방하는 개혁 노선은 모호하다. 마크롱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사회안전망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고용 유연화, 실업수당 및 연금 삭감 개혁 등을 주장한다. 올랑드의 사회당 정부 때 논란을 빚은 친기업 경제자유화 정책들이다. 이번 압승은 투표율이 49%밖에 안 되는 데서 나타나듯, 기존 정당 지지층이 대거 투표를 포기한 데 따른 반사이익의 성격도 크다. 앙마르슈는 총 유권자 15%의 지지를 받아 70% 이상의 의석을 싹쓸이하는 ‘과대 대표’ 현상이 일어났다. 프랑스 민주주의의 위기도 거론된다.

마크롱과 앙마르슈가 프랑스의 사회안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성장을 되살릴 실용적 개혁에 성공할 수 있느냐 여부가 프랑스 민주주의와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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