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경찰이 반부패 집회 참가자를 연행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소련 체제로부터 러시아의 이탈을 기념하는 ‘러시아의 날’인 12일 러시아 전역에서 반부패 시위가 진행됐다. 러시아에서 조직적인 반부패 시위는 지난 3월말에 이어 두번째다.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대표적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1)가 주도하고 있어 반푸틴 운동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날 시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극동의 블라디보스톡까지 러시아 전역의 주요 도시들에서 벌어졌다. 경찰은 수도 모스크바에서 5천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내무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500명이 참가했고 5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에서는 경찰이 시위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체포했다고 <비비시>(BBC)가 전했다. 모스크바에서만 825명이 체포됐다고 비정부기구 OVD-인포가 밝혔다. 시위 참가자들은 “도둑, 푸틴!”, “러시아는 자유로워질 것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를 주도한 나발니는 시위에 앞서 자택에서 집회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30일간 구류에 처해졌다. 나발니는 3월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정 축재 보고서를 공개하고 부패에 대한 시민 저항을 촉구하며 시위를 주도했다. 당시 모스크바에서만 1만명 이상이 참가해 1천명 이상이 경찰에 연행됐다.
나발니는 이번에 시민들에게 시위 참가를 촉구하면서 “나는 변화를 원하고, 현대적인 민주국가에서 살기를 원하고, 우리 세금이 요트나 궁전, 포도밭이 아니라 도로와 학교, 병원에 쓰여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12일 반부패 시위 개시 직전 연행돼 모스크바 법원에서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이번 시위는 2012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3선 당선 직후의 부정선거 규탄 시위 이후 최대 규모다. 100여개 도시에서 수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나발니가 조직하는 반부패 시위는 러시아 주류 언론들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고 있으나, 인터넷이나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조직되고 있다. 특히 나발니는 민주주의나 인권 등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러시아의 가장 고질적 문제인 부패 문제에 집중하며 대중을 결집시키고 있다. 이에 젊은층들이 대거 참여해, 푸틴 정권에게는 가장 위협이 되는 세력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