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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런던 24층 아파트 화재 아비규환…아이들 창문 밖으로 던져

등록 2017-06-14 13:43수정 2017-06-15 19:15

14일 새벽, 런던 서부 120가구 거주 아파트 화재
2층에서 발화, 새벽이라 주민들 대피 어려워
“절박해진 주민들 아기·어린이 밖으로 던져”
주민들 대피한 고층부에서 피해 규모 클듯
“지난해 외벽 공사 화재 급속확산 원인” 주장
현재 화재 원인은 이틀째 규명되지 않아
14일 새벽 영국 런던 서부 노스켄징턴의 24층짜리 아파트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출처: BBC
14일 새벽 영국 런던 서부 노스켄징턴의 24층짜리 아파트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출처: BBC
14일 새벽 영국 런던의 24층짜리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실상 건물 전체가 불에 탔다. 현지시각 15일 오전까지 사망자 17명이 확인된 가운데 희생자 규모는 늘 것으로 보인다. 급박해진 부모들이 아기와 어린이들을 창문 밖으로 던지는 참상도 연출됐다.

14일 0시54분(현지시각)께 런던 서부 노스켄징턴 지역의 ‘그렌펠 타워’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 45대와 소방관 200여명이 진압에 나섰다. 2층에서 시작한 불은 불과 한 시간 만에 건물 전체를 거대한 불기둥처럼 만들었다. 건물 붕괴 우려에 경찰은 접근 차단선을 뒤로 물리며 대비했다. 날이 밝은 뒤에도 창문 곳곳에서 화염이 새 나오고 시꺼먼 연기가 런던 상공에 퍼졌다.

런던 경찰은 이튿날인 15일 오전 현재 사망자 17명이 확인됐다며 “사망자 수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니 코튼 런던 소방청장은 건물이 크고 구조가 복잡해 피해 규모 확인에 시간이 걸린다며 “전례 없는 사고”라고 말했다. 수색이 완료되면 정확한 사망자 규모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유독가스를 흡입한 주민 등 74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 중 20명이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1974년 준공된 이 아파트에는 120가구가 입주해, 화재 당시 수백명이 건물 안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노동자층을 위한 공영주택으로 개발된 곳으로, 저소득층과 이민자들이 주로 살고 있다.

특히 새벽에 저층에서 발생한 화재가 급속히 건물을 삼키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이들이 많이 희생됐을 것으로 우려된다. 가까스로 탈출한 주민들은 복도에서 문을 두드리며 대피하라고 외치는 이웃의 고함, 사이렌 소리, 화재 소식을 접한 지인들의 전화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복도와 계단이 유독가스로 가득 차 탈출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이 전한 현장 상황은 아비규환 자체다. 사미라 람라니는 “건물 안 사람들이 정신없이 창문을 두들기며 비명을 질렀다. 9층 또는 10층에서 한 여성이 보도 쪽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내더니 아기를 던졌으며, 한 남성이 가까스로 아기를 받았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조 월시도 5층 또는 6층에서 주민이 어린이 두 명을 창문 밖으로 던지는 걸 봤다고 했다. 다른 목격자도 15층쯤에서 4~8살가량의 어린이 세 명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은 고층에서 손전등으로 구조를 요청했고, 매트리스를 던지며 뛰어내리는 사람도 있었다.

남편 및 두 자녀와 함께 대피한 하난 와하비는 “21층에 사는 남자 형제에게 전화해 대피하라고 했지만 ‘소방관이 구조될 때까지 집에 머무르라고 했다’고 말했다”, “새벽 두 시쯤 아내, 아이들과 함께 창문에서 손을 흔드는 장면을 봤는데 그 뒤로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울부짖었다. 꼭대기층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들을 봤다는 얘기가 많은 것을 보면, 상당수가 밑으로 내려가기 어려워 위층으로 대피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 주변을 헬기가 맴돌았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인지 옥상에 착륙하지는 않았다.

한 목격자가 트위터에 올린 새벽녘의 현장 사진.
한 목격자가 트위터에 올린 새벽녘의 현장 사진.
맞은편에 사는 한 주민은 “많은 사람이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소방관들은 저층부 사람들만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 호스 물은 건물의 중간 정도만 닿아, 고층부로 갈수록 피해가 컸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소방당국이 집 안에 머물러 있으라고 해서 피해가 커졌다거나, 건물이 화재에 취약하다며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이 묵살됐다는 주장,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참사 이튿날까지도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4층에서 냉장고가 폭발했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주민들은 지난해 외벽 교체 공사 때 가연성 높은 소재를 넣었기 때문에 불이 급속도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건물 외벽은 불에 탄 종잇장처럼 찢기고 구겨진 모습이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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