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유럽 우파 포퓰리즘은 퇴각중?

등록 2017-06-15 15:34수정 2017-06-15 21:41

올해 프·영·이·네 선거에서 연전연패
대안 부상-보수정당의 의제 수렴이 이유
“숨 고르기 중” “토양은 여전” 분석도
(왼쪽부터) 프랑스 국민전선 대표 마린 르펜,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 헤이르트 빌더르스, 이탈리아 오성운동 대표 베페 그릴로.
(왼쪽부터) 프랑스 국민전선 대표 마린 르펜,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 헤이르트 빌더르스, 이탈리아 오성운동 대표 베페 그릴로.
유럽 우파 포퓰리즘의 기세가 꺾이는 것일까?

무섭게 약진하던 우파 포퓰리즘 정당들이 최근 크게 위축되고 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선거와 핀란드 연정에서 포퓰리즘 정당의 위축과 분열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계기로 2017년은 유럽 우파 포퓰리즘 세력에게 대약진의 기회가 될 것으로 여겨졌으나 정반대가 된 것이다.

8일 영국 총선에서 브렉시트와 이민 제한을 가장 강력히 주장하던 영국독립당이 득표율 2%로 추락했다. 영국독립당은 2015년 총선에서는 13%를 득표했다.

11일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는 극우 국민전선이 13.2% 득표율을 얻어 확보 의석은 10석이 안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국민전선 대표 마린 르펜이 얻은 21.5%에 크게 못 미친다.

이탈리아에서는 11일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오성운동 후보들이 제노바·팔레르모·베로나·파르마·라퀼라 등에서 3~4위의 저조한 성적으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오성운동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수도 로마와 북부의 부유한 산업도시 토리노 등에서 시장을 배출하며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유로존과 나토 탈퇴를 내걸고 2009년에 창당한 민족주의 성향 포퓰리즘 정당이다.

핀란드에서는 연립정부에 참여하던 우파 포퓰리즘 정당이 분열됐다. 중도우파 연정에 참여중인 ‘진정한 핀란드인’의 온건파 의원 20명은 13일 탈당해 ‘새로운 대안’이라는 정당을 결성해서 연정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진정한 핀란드인’은 이슬람 혐오 발언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극우파 유시 할라아호(46)를 대표로 선출했다. 이에 유하 시필레 총리가 12일 이 당을 연정에서 축출하겠다고 발표하자, 온건파가 탈당을 감행한 것이다.

우파 포퓰리즘의 김이 빠지는 전조는 지난 3월15일 네덜란드 총선에서 나타났다. 제1당까지 예상되던 극우 자유당이 집권 자유민주당에 크게 뒤지는 2위를 차지했다. 자유당은 지난 1월 여론조사에서 35석으로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20석에 그쳤다. 반이민과 반유럽연합을 내건 헤이르트 빌더르스의 자유당이 집권하면 유럽연합은 영국의 이탈에 이어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유럽 정치 지형 변화로 우파 포퓰리즘 세력의 확산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정한 핀란드인’의 분열은 상징적이다. 이 당은 2015년 총선에서 18% 득표로 제2당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연정 참여 뒤 그리스 구제금융과 난민 위기 등을 놓고 기존 입장을 완화하자 지지율은 최근 절반으로 추락했다. 이에 강경 극우파 할라아호를 대표로 추대했지만 당 분열로 귀결됐다. 안정적 집권 세력으로 부상하려면 의제와 공약을 순화시켜야 하지만, 이는 기존 핵심 지지층의 이탈로 이어진다.

기존 정당들이 포퓰리즘적 의제를 수용하는 것도 배경으로 지적된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뒤 보수당이 반유럽연합 노선을 적극 채택해 영국독립당의 입지를 위축시켰다. 노동당도 중하류층 유권자층을 우파 포퓰리즘으로 기울게 한 경제적 양극화에 적극적 대처로 선회하고 있다. 정통 좌파 제러미 코빈 대표를 내세워 긴축 정책 종식과 사회안전망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애초부터 우파 포퓰리즘 확산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극단주의 세력을 연구하는 카스 무데 미국 조지아대 교수는 “포퓰리즘에 대한 설명은 언제나 과장됐다”며 “헤이르트 빌더르스와 마린 르펜은 결코 집권할 수 없고, 영국독립당도 브렉시트라는 이슈가 없어지면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파 포퓰리즘이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현상을 타파할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의 성공이 보여준 것처럼 다른 대안이 떠오르면 포퓰리즘의 매력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우파 포퓰리즘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다. 마크롱의 중도 개혁이 실패할 경우 국민전선은 다시 약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네덜란드에서는 여전히 반이민 분위기가 거세지고 있다. 주류 우파 정당들은 영국 보수당처럼 포퓰리즘 정당들의 의제에 더 다가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사설에서 “극우가 퇴각중일 수 있다. 그러나 극우 세력 부상에 풍족한 토양을 제공한 상황들은 미약하게 바뀌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