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포르투갈 중부 페드호가우 그란데에서 산불이 번지고 있다. 페드호가우 그란데/EPA 연합뉴스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포르투갈 중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18일까지 62명이 숨지고 54명이 다쳤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사망자중 상당수가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도로가 불길에 휩싸이면서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이번 화재가 “최근 몇년 동안 포르투갈에서 일어난 최대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호르헤 고메스 내무장관은 많은 사망자들이 불에 타거나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며, 30명은 차량 안에서, 17명은 차량 근처에서 발견됐고, 11명은 고속도로에서 가까운 마을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리스본에서 북동쪽으로 약 150㎞ 떨어진 페드호가우 지역에서 17일 발생한 이번 산불의 불길을 잡기 위해 1700여명의 소방관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으나, 산불이 인근 지역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불길이 잡히지 않아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십곳의 숲들로 불길이 맹렬하게 번지면서 주변 주택들을 위협하고 있다. 피해지역 주민인 이사벨 브란다우는 <에이피>(AP) 통신에 “어제 불길을 보긴했지만, 매우 먼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쪽까지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새벽 3시30분에 시어머니가 다급하게 나를 께웠고, 우리는 불길이 우리쪽으로 올까봐 잠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17일 산불이 일어난 페드호가우 지역에서 주민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길에 앉아 있다. 페드호가우/EPA 연합뉴스
당국은 나무가 번개에 맞으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르투갈 경찰청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담당 조사관들이 페드호가우 그란데 지역에서 마른 뇌우를 맞은 나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마른 뇌우는 번개와 천둥을 동반하는 폭풍우의 하나로, 고온으로 인해 물이 땅에 닿기도 전에 증발해버릴 때 주로 발생한다. 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건기에 흔하게 발생한다. 포르투갈은 다른 남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건조한 여름철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포르투갈은 최근 40℃ 넘는 불볕더위에 시달렸다.
유럽연합도 지원에 나섰으며, 스페인와 프랑스도 소방대원들과 소방 헬기 등을 현장에 급파했다.
지난달 포르투갈을 방문했더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주례 미사에서 포트투갈 산불 피해 희생자를 위한 침묵기도를 올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도 애도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18일 포르투갈 소방대원들이 포르투갈 중부 아벨라르 마을로 다가오는 맹렬한 불길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벨라르/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