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결선투표가 치러진 북부 르투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들고 기표소를 나서고 있다. 르투케/APF 연합뉴스
18일 결선이 치러진 프랑스 총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앙마르슈)가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투표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마크롱은 노동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할 기세이지만, 낮은 투표율로 명분과 정당성이 약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19일 총선 개표를 완료한 결과, 마크롱이 창당한 중도 신당 앙마르슈는 하원 577석 중 308석을 차지했다. 단독으로 과반을 훌쩍 넘겼을 뿐 아니라 연정을 구성한 중도 정당 민주운동당(Modem) 의석(42석)을 합치면 전체 의석의 60%가 넘는다. 전통 양당인 공화당과 사회당은 체면을 구겼다. 공화당은 113석을 차지해 제2당 자리를 지켰지만, 직전까지 집권당이었던 사회당은 불과 29석으로 의석 수가 거의 10분의 1로 줄며 군소 정당으로 몰락했다. 급진 좌파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17석, 극우 마린 르펜의 국민전선(FN)은 8석을 획득했다. 이번 총선으로 마크롱은 국민들의 강한 지지를 확인하며 향후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번 투표율(결선투표 기준)은 42.64%로 역대 총선 중 가장 낮다. 투표를 한 사람보다 안 한 사람이 많다. 무효표를 제외하고 유효투표율만 보면 38.43%에 불과하다. 총선 투표율은 2002년 60%를 기록하는 등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낮아졌지만, 50%에도 못 미친 것은 처음이다. <뉴욕 타임스>는 “마크롱은 최근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총아로 보이지만, 총선 기권율은 많은 유권자들이 그의 생각과 입법 계획이 삶을 나아지게 만들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대선에서 마크롱과 경쟁한 르펜은 당장 “기권율이 신기록을 쓴 것은 공화국에 대한 불신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새 의회의 정당성을 상당히 약화시킨다”며 공격에 나섰다. <가디언>은 “노동계급과 저소득층 지역, 젊은이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 기권이 특히 많았다”고 보도했다.
앙마르슈는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낮은 투표율로 인해 총 유권자의 16.55%의 지지밖에 획득하지 못해 대표성에는 흠결을 가지게 됐다. 득표율과 의석 수의 비례가 이렇게 맞지 않는 것은 비례대표가 없는 소선거구제에서도 일정 부분 기인하지만, 극우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도 조심스럽다는 의견이 프랑스 내부에서 나온다.
낮은 대표성은 마크롱이 빠르게 추진하려 하는 노동 개혁의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 마크롱 경제 공약의 핵심인 노동 개혁은 9%가 넘는 실업률의 해법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해고 요건 완화 등이 주요 내용이어서 이미 노동자들의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경제난의 책임을 노동계층에게만 돌리는 해법이라는 비판도 많다. <뉴욕 타임스>는 “높은 기권율은 멜량숑 같은 반대자들이 마크롱을 더 쉽게 공격하게 만들 수 있다. 마크롱이 입법을 서두르면 오랫동안 프랑스 정치의 주요 부분을 차지해온 노동자들의 거리 시위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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