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G20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가면을 쓰고 있다. 함부르크/AP 연합뉴스
독일 함부르크에서 7~8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맞아 정상들뿐 아니라 시위대도 준비가 한창이다. 독일 경찰은 10만명가량의 시위대가 집결할 것으로 보고 대비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문제적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시위의 강도와 규모는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6일 <도이체 벨레> 방송과 <가디언> 등을 보면, 비정부기구, 노동조합, 독일 야당, 쿠르드족 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주요국 지도자들에게 세계 불평등 완화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준비 중이다. 주요 시위 세력 중 하나인 ‘환영하지 않는다’는 8일 오전 ‘G20 대신 국경 없는 연대’를 표방하며 함부르크에서 시위를 할 예정이다. 독일 좌파당, 녹색당, 평화 단체, 국제사회주의조직(ISO) 등 170여 단체로 구성된 이 조직은 난민에 대한 봉쇄, 기후변화, 세계적 불평등에 G20 정상들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독일 경찰이 가장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는 조직은 무정부주의자와 급진 좌파로 구성된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다. 8000명 규모로 추정되는 시위대가 6일 함부르크 시내에서 행진을 하고 8일 오후 중심가에서 집결할 예정이다. 이들은 “국제적 반자본주의 시위”를 표방한다.
이밖에 그린피스와 옥스팜 등 비정부기구들이 기후 변화 및 불공정 무역에 항의하는 시위를 조직했다.
독일 경찰은 경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트럼프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고, 에르도안이 개헌 뒤 터키에서 계속 억압적인 정치를 펴는 상황에서 일부 격렬한 시위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미 주변 수색을 통해 칼, 야구방망이, 미확인 화학물질과 가연성 액체가 들어찬 것으로 보이는 용기 등을 압수했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제네바에서 그 끔찍한 난리를 겪고도 왜 대도시에서 G20 회의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2001년 제네바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는 시위대 20만명이 몰렸고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중국 항저우 G20 회의 때는 별다른 항의 움직임이 없었다.
경찰이 회의장 주변 시위를 금지해 접근이 불가능해지자, 시위대는 주로 경찰들이 시위대를 체포할 때 쓰는 ‘몰이 작전’을 표방해 회의장 주변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탁구 경기를 열고 자전거를 타며 교통 혼잡을 유발해 회의장을 고립시킬 예정이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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