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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일본, ‘불개미’ 공포에 발칵

등록 2017-07-27 17:27수정 2017-07-27 21:38

“물리면 사망도”…발견때마다 뉴스
스모선수들엔 모래밭 맨발 금지령
정부 잘못된 정보 불안 확산 지적도
27일 도쿄 주오구의 한 약국에 진열된 개미용 살충제 상품 밑에 “불개미 주의. 사망하는 예도 있음”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27일 도쿄 주오구의 한 약국에 진열된 개미용 살충제 상품 밑에 “불개미 주의. 사망하는 예도 있음”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불개미 주의. 사망하는 경우도 있음.”

27일 도쿄 주오구에 있는 한 약국에 들어서니 살충제 매대에 불개미 사진과 함께 경고 문구가 붙어있었다. “몸 길이 2.5~6㎜. 독침을 몇 번이나 쏠 만큼 공격성이 강하며, 사람이 물리면 화상을 입은 것 같은 격렬한 통증을 느낌”이라는 상세한 안내도 적혀있다.

점원에게 물으니 독이 든 먹이로 개미를 유인하는 제품이 요즘 잘 팔린다며 권했다. 제품에는 개미가 먹이를 개미집까지 들고가서 다른 개미들과 나눠먹고 같이 죽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 그림과 함께 붙어있었다. 이 제품을 만드는 아스제약은 이달 들어 생산량을 2배로 늘렸다. 다른 살충제 업체 후마키라는 지난 10일 주가가 장중 한때 1370엔으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살충제 업체들이 갑자기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일본 사회에서 번지는 ‘불개미 공포’ 때문이다. 남미가 원산인 불개미는 5월에 효고현 아마사키시 인근으로 운송된 컨테이너선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고베, 오사카, 도쿄 등 각지에서 발견됐다. 발견될 때마다 텔레비전 뉴스를 장식하고, 공격성이 큰 외래종이라는 설명에 시민들은 공포에 떤다. 급기야 지난 11일 일본스모협회는 선수들이 경기중이 아닐 때는 맨발로 다니는 것을 금지했다. 스모 여름대회가 열리는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항구에서 불개미가 발견된 데다, 모래로 덮인 스모 경기장이 불개미 서식지와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선수들은 샌들을 신고 다니기 시작했다. 최근 도쿄와 가까운 요코하마항에서 불개미 500여마리가 발견됐고 유충도 나왔다는 소식에 공포는 절정에 달했다.

공포가 크게 확산된 것은 정부가 초기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 환경성은 불개미에 물려 사망하는 사람이 미국에서 연간 100명에 달한다는 설명을 누리집에 실었다가 최근 삭제했다. 환경성은 미국 전문가 조사를 근거로 이렇게 썼다가 내용이 정확하지 않다는 반론을 만났다. 일본 전문가들은 활발한 교역의 시대에 외래종 개미가 들어온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며, 불개미가 일본에 정착했다고 보기도 이르다고 말한다. 하지만 불개미의 공격성을 강조하는 보도의 물결 속에 이런 지적은 묻히는 분위기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에서 곤충에 물려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숨지는 이를 모두 합쳐야 연간 100명이라며, 불개미는 미국 남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개미이고 그 독성은 말벌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단일민족이라는 믿음이 강한 일본 사회에서 불개미가 외래종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공포의 대상이 됐다는 지적도 소개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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