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부 도시 빌바오 산마메스 구장에서 20일 헤타페와 애슬레틱 빌바오의 경기가 열린 가운데, 관중들이 경기 직전 지난 17일 바르셀로나에서 발생한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갖고 있다. 빌바오/EPA 연합뉴스
스페인 경찰이 지난 17일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의 주요 용의자로 지목된 유네스 아부야쿱(22)을 사살했다고 <비비시>(BBC)가 21일 보도했다. 테러 발생 나흘 만이다. 아부야쿱은 바르셀로나에서 서쪽으로 45㎞ 떨어진 수비라츠에서 가짜 폭탄 조끼를 입고 경찰과 대치하면서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치고 피살됐다. 또 도주 과정에서 차를 탈취하면서 한 시민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당국은 경찰 인력을 3배 이상 늘려 그를 추적해왔다.
전날 테러범 일당이 폭탄을 제조하던 북부 알카나르 주택에선 가스통 120개가 발견됐으며, 이들이 이번 공격을 6개월 이상 계획했던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스페인 경찰은 “범인들의 은신처에는 가스통 120개와 다량의 폭발물질이 있었다”며 “이들이 고성능 폭탄을 제조해 승합차에 싣고 유명 관광지에서 폭탄 테러를 벌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폭탄 제조 과정에서 사고가 나는 바람에 이들은 빌린 승합차 3대를 이용해 군중 속으로 돌진하는 차량 테러로 계획을 틀었다.
테러범 일당의 고향인 리폴에서 극단주의를 설파한 이슬람 성직자(이맘) 압델바티 사티도 알카나르 폭발사고 때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티는 마을 청년들에게 코란(이슬람 경전)과 아랍어 등을 가르쳐왔다. 2004년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 저지른 마드리드 기차역 폭탄테러 용의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디펜던트>는 사티가 지난해 1월부터 3개월간 벨기에 브뤼셀 인근에 머물렀다고 전하며, 지난해 3월22일 34명의 목숨을 앗아간 브뤼셀 연쇄 폭탄 테러에도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테러 배후에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있었다.
테러 직후 실종자로 분류됐던 오스트레일리아(호주) 국적 7살 소년 줄리언 캐드먼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캐드먼은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바르셀로나를 찾았고 라스람블라스 거리를 거닐던 중 참변을 당했다.
이날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마르세유의 버스정류장 2곳에 차량 한대가 잇따라 돌진해 버스를 기다리던 여성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으나 테러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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