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인 프랑스 로레알그룹이 에스엔에스(SNS)에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글을 올린 흑인 트렌스젠더 모델을 해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2일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영국 출신인 먼로 버그도프(29)는 최근 에스엔에스에 “나는 백인의 인종차별적 폭력에 더는 얘기할 힘이 없다. 모든 백인 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특권과 성공이 유색인종이 흘린 피와 땀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백인우월주의자가 벌인 미국 샬러츠빌 유혈 사태를 두고 한 말이었다. 버그도프는 이후 글을 삭제했으나, 로레알은 그의 발언이 인종적 편견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로레알은 “우리 회사는 인종과 성, 종교 등 배경과 관계없이 다양성과 관용의 가치를 지지한다”며 “그간 버그도프가 공개한 글들은 이런 기조와 어긋난다”고 밝혔다.
버그도프는 로레알의 프랑스·영국 광고에 등장한 첫번째 트렌스젠더 모델이다. 팝가수 셰릴 콜(34), 황산 테러로 250회 넘게 수술한 여성 케이티 파이퍼(33) 등과 함께 색조 제품인 ‘트루 매치’ 광고에 참여했다. 유명 디제이로도 활약해온 그는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하는 운동에 발 벗고 나서며 팬들과 소통했다.
온라인에서는 로레알의 인종적·성적 편견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이들은 ‘#나는먼로와함께서있다’(#IStandWithMunroe) 또는 ‘#불매운동로레알’(#BoycottLoreal)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랑콤, 비오템, 슈에무라 등 26종의 로레알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지 말자는 운동에 나섰다.
이 소식에 일부 백인우월주의자 단체들이 버그도프를 비난하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그도프는 “수많은 사람들이 협박하고 내 계정을 해킹하려 했다”며 “지난 48시간은 내 인생 최악의 순간이었지만 함께해주는 모든 이들 덕분에 어둠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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