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승무원들이 살이 쪘다는 이유로 국제선에서 배제되고 보너스 차별을 받았다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사건은 차별적 가이드라인만큼이나 그 ‘명분’이 웃긴 사건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6일 모스크바 법원이 아에로플로트 여성 승무원 2명이 낸 소송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48 사이즈’ 이하의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만 국제선에 투입하도록 한 조처는 부당하다며, 항공사는 두 사람에게 각각 2만2천루블(약 43만원)과 1만6천루블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아에로플로트는 지난해부터 옷 사이즈를 기준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여성 승무원은 ‘사이즈 48 이하’여야 하고, 남성 승무원도 살이 많이 찌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여성 승무원 2명은 이 조처로 국제선 근무에서 배제돼 보너스에서 손해를 보게 됐다며 소송을 냈다. 옷 사이즈가 52라는 에브제냐 마구리나 등이 낸 소송에서 1심 법원은 항공사 손을 들어줬다.
가장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 것은 법정이 아니라 이들이 지난 4월 항소 방침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때였다. 마구리나는 “직업적 성공과 옷 사이즈가 무슨 상관이냐”고 따졌다. 이때 아에로플로트 편을 드는 기자 한 명과 경제학자 한 명이 큰소리로 반박하고 나섰다. 두 남성의 논리는 첫째,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하려는 아에로플로트에게는 승무원들 외모도 중요하며, 승객들은 예쁜 승무원을 원한다는 것이다. 둘째, 승무원 600여명이 몸무게 초과 판정을 받았는데 이후 살을 빼는 데 실패한 사람은 50명뿐이다. 셋째, 비상시에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승무원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러니 가이드라인에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주장을 거침없이 내놓은 경제학자 니키타 크리체프스키는 “마구리나는 큰 가슴이 일생 동안 도움이 됐다더니 이제는 해가 된다고 주장한다”, “나도 요 몇년 새 20㎏을 뺐다”며 인신공격까지 가했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 아에로플로트는 법원이 명시적으로 성차별과 외모 차별이라고 한 것은 아니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또 가이드라인을 손보겠다고 했다. 아에로플로트는 4월 기자회견 때 여러 ‘논리’를 편 두 남성은 자사의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에로플로트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승무원은 비행기 연료를 더 소모하게 만들고 비상시에 민첩하게 행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로 ‘사이즈 차별’을 합리화해왔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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