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키에 작은 얼굴,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마른 몸. 세계적 패션쇼를 누비는 모델이라면 예외 없는 조건이다. 그런데 앞으론 너무 마른 모델을 패션쇼장과 광고에서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아름다움의 조건이 왜곡된 현실을 자성하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주요 명품 브랜드가 자사 패션쇼에 너무 마른 체형의 모델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6일 <로이터> 통신을 보면, 루이뷔통모엣헤네시(LVMH)와 케링그룹은 패션 모델의 건강을 돕는 내용이 담긴 ‘모델 헌장’을 내놨다. 루이뷔통모엣헤네시에는 루이뷔통·크리스챤 디올·지방시·셀린느 등이, 케링그룹에는 구찌·생로랑·보테가베네타·발렌시아가 등이 속해 있다. 최소 34개 명품 브랜드가 이번에 발표된 헌장의 영향을 받는다.
이들은 뉴욕패션위크가 시작된 이날부터 사이즈 34(한국 44) 미만 여성 모델과 사이즈 44(한국 S) 미만 남성 모델을 자사 패션쇼와 광고에 세우지 않기로 약속했다. 모델들은 6개월 이내의 키와 몸무게, 비만도(BMI) 등이 적힌 건강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고 몸매를 보정한 사진을 제출할 땐 ‘보정된 사진’이라고 명시하게 된다. 해당 기업은 모델들의 근무 시간에 정신의학 전문의나 심리상담사를 직접 또는 원격으로 고용해 상담을 받게 할 예정이다. 헌장은 또 성인용 의상 촬영이나 행사를 위해 16살 미만 소녀를 고용하는 것과, 현장에서 18살 미만 모델에게 술을 제공하는 것도 금지하기로 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지나치게 마른 모델의 활동을 금지하고 이를 거스르는 기업과 모델 기획사에 대해 최대 7만5천유로(약 1억98만원)의 벌금이나 징역형에 처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번 모델 헌장은 오는 10월 실시되는 이 법안보다 더 강력한 데다 프랑스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 지역에 관계없이 일괄 적용된다.
2007년 프랑스 모델 이자벨 카로가 뼈만 남은 앙상한 모습으로 거식증의 위험을 알리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모델업계의 거식증과 정신 질환 등 각종 질병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불거졌다. 카로는 28살이던 2010년 11월 무리한 다이어트의 부작용으로 결국 사망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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