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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국제 미아’ 전 조지아 대통령의 오디세이

등록 2017-09-11 17:12수정 2017-09-11 21:01

조국 떠나 우크라이나 주지사 올랐지만 지난 7월 국적 박탈
“법정에서 싸우겠다” 입국 시도…우크라 국경수비대와 충돌
철조망 무너지며 귀환 성공…지지자들 “미래의 대통령”
미하일 사카슈빌리 전 조지아 대통령(가운데)이 10일 지지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입국하고 있다. 셰기니/EPA 연합뉴스
미하일 사카슈빌리 전 조지아 대통령(가운데)이 10일 지지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입국하고 있다. 셰기니/EPA 연합뉴스
조국 조지아를 떠나 친서방 개혁 구상을 펼치겠다며 우크라이나의 주지사 자리에 올랐으나 사실상 추방당한 미하일 사카슈빌리 전 조지아 대통령이 10일 입국금지 조처에도 불구하고 천신만고 끝에 우크라이나 땅을 밟았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서 75㎞ 떨어진 폴란드 남동부 도시 제슈프에서 시작한 사카슈빌리의 ‘월경 작전’을 전했다. 그는 “국적 박탈 사안을 법정에서 확인받기를 원한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뒤 국경 쪽으로 이동했다. 지지자 수백명과 전 우크라이나 총리이자 야당인 조국당 대표 율리야 티모셴코가 호위했다. 그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어떤 중죄도 짓지 않은 완전한 우크라이나 시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자동차로 국경을 넘으려 했지만 전략을 바꿔 기차를 타고 우크라이나 리비프로 진입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쪽에서 사카슈빌리 일행이 탄 기차의 입경을 막기로 하자 다시 버스로 노선을 바꿨다. 국경인 메디카까지 이동한 그와 지지자들은 우크라이나 쪽 셰기니에서 대기하던 국경수비대와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16명이 다쳤다.

사카슈빌리는 버스를 가로막은 우크라이나 군경과 실랑이를 벌이는 혼란을 틈타 지지자들이 철조망을 허물면서 가까스로 우크라이나 땅을 밟았다. 지지자들은 “부패한 우크라이나를 개혁할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며 “미래의 대통령”이란 구호를 외쳤다. 그는 이날 저녁 리비프에 도착해 안드리 사도비 시장과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피>(AP) 통신은 “사카슈빌리의 입국으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큰 도전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4년부터 10년간 조지아 대통령을 역임한 사카슈빌리는 2014년 3선에 실패한 뒤 흑해 건너 우크라이나로 넘어왔다. 이듬해 5월 우크라이나 국적을 취득하고 남부 오데사주의 주지사로 임명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친서방 성향의 포로셴코 대통령은 그의 든든한 우군이었다.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는 모두 옛소련에서 독립한 나라들로 친서방이냐 친러시아냐가 정치권의 주요 노선 투쟁 소재다.

하지만 주지사 활동 중 번번이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뿌리 깊은 부패를 지적하는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겼고, 18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주지사직에서 해임했다. 사카슈빌리가 미국에 머물던 지난 7월엔 우크라이나 국적 취득 때 서류에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는 엉뚱한 이유로 국적까지 박탈했다. 사카슈빌리는 조지아 국적도 박탈당한 상태여서 현재 무국적자다. 그는 대통령 재임 때의 배임과 직권남용 혐의로 조지아 당국에 체포될 위기에 처해 있기도 하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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