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고민에 빠진 유럽연합

프랑스 유럽담당장관 “독립 인정 못해”…독일도 통합 스페인 지지
＜파이낸셜 타임스＞ “브렉시트 극단적 버전보다 훨씬 나쁠 것”

스페인 경찰이 9일 발렌시아에서 스페인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우익 민족주의자 집단의 충돌을 막기 위해 이들을 떼어놓으려 하고 있다. 발렌시아/AFP 연합뉴스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선언하겠다고 예고한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안팎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 국민투표 이후 내부 여론 또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은 통합체제를 지켜내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나탈리 루아조 프랑스 유럽담당 장관은 9일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언한다면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즉각적 결과는 자동으로 유럽연합(EU)을 떠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뉴스>(CNEWS)에 “카탈루냐는 지난주 독립운동에 의해 치러진 투표로 정의될 수 없다”며 “이 위기는 스페인 정치의 모든 단계에서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2일 유럽연합이 성명에서 밝힌 내용을 거듭 촉구한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두고 “스페인 헌법 질서에 따라 처리돼야 할 내부의 일”이라며 “어제 치러진 투표는 합법적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지난 7일 카탈루냐 독립 문제를 두고 전화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9일에도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와 통화하면서 “통합 스페인을 지지하겠다”고 확인했다고 메르켈 쪽 대변인이 밝혔다.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이 현실화되면 스페인은 물론 유럽연합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카탈루냐의 독립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의 가장 극단적 버전보다 훨씬 나쁠 것”이라며, 카탈루냐가 즉각적으로 유로존에서 빠져나가게 된다면 포르투갈 전체보다도 국내총생산 규모가 큰 카탈루냐의 은행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독립한 카탈루냐가 유럽연합에 속하기 위해선 스페인을 포함한 모든 회원국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면서 유럽연합 잔류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또 “자동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자격도 없어 무역 장벽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국민투표 승인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가운데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의 연설 내용에 관심이 집중된다. 푸지데몬 수반은 10일 이 자리에서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언질을 줬으나, 독립을 반대하는 내부 반발이 거세진 데다 주변국의 강력한 경고가 계속되면서 쉽게 결론내지 못할 것이란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푸지데몬 수반이 이끄는 카탈루냐 유럽민주당 의원은 <비비시>(BBC) 방송에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포하지 않고 상징적 성명을 내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독립을 포기하게 된다 해도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극좌 연정 파트너인 민중연합후보당이 푸지데몬 수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자치정부가 와해될 것으로 보인다.

김미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