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지데몬 수반 “스페인 정부와 대화 응할 준비 됐다”
스페인 정부는 “어떤 대화든 법 테두리 안에서 가능” 일축
카를레스 푸지데몬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10일 바르셀로나 자치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EPA 연합뉴스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했던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10일 독립선언을 위한 절차를 잠정 중단하자고 의회에 제안했다. 그는 카탈루냐를 독립적이고 주권적인 국가로 인정해 달라는 내용의 독립선언서에 서명했으나 이 조치가 당분간 보류될 것이라 밝혔다.
<시엔엔>(CNN) 방송을 보면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저녁 자치의회 연설에서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나는 카탈루냐 독립 공화국을 선포할 권한을 위임받았다”면서 “몇 주간 대화를 하기 위해 독립 선언 효력을 중지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화에 응할 준비가 됐다”며 중앙 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푸지데몬 수반은 당초 이 연설에서 독립을 선언할 것으로 예고했으나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분리독립 반대하는 여론이 확대되면서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독립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상징적 수준의 연설이 나올 것이란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그는 의회에 독립 선언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국제 사회가 중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정부 쪽에선 푸지데몬 수반의 연설 내용을 즉각 거부한다는 입장을 냈다. <비비시>(BBC) 방송은 소라야 사엔스 데산타마리아 스페인 부총리가 “민주주의자 간 어떤 대화든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타협 가능성을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그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중재를 강요할 수 없다”며 “카탈루냐를 전례 없는 심각한 긴장 상태로 몰아넣은 뒤 이젠 불확실성에 놓이게 했다”고 비판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11일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해 카탈루냐 분리독립 추진 문제를 논의한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지난 1일 치러진 주민투표 결과 전체 유권자의 43%가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90.18%가 독립에 찬성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스페인 정부는 주민투표 자체가 헌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투표의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