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겸 국민당 대표(가운데)가 15일 총선 직후 빈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빈/EPA 연합뉴스
오스트리아 총선 개표 결과, 중도우파인 국민당과 극우 자유당이 1, 2위를 차지하면서 유럽 극우 열풍의 불씨를 키웠다. 반난민 기조를 내비친 31살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외무장관 겸 국민당 대표는 유럽 최연소 지도자 자리에 앉게 됐다.
16일 오스트리아 내무부는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중도우파 국민당이 득표율 31.4%로 1위를 확정지었다고 밝혔다. <오아르에프>(ORF) 방송은 국민당이 183석 중 6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극우 자유당은 27.4%로 2위에 올랐고, 현재 다수당인 사민당은 26.7%를 기록했다. 국민당은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쿠르츠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뒤 “거대한 책임감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유권자들이 우리에게 실어준 희망을 잊지 않겠다. 나라를 바꾸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해 싸우겠다. 완전히 새로운 정치 방식을 세우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3년 국민당 청년당원을 시작으로, 2009년 국민당 청년지부 의장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한 그는 세대 간 공정성과 연금 확보를 주장하며 단숨에 ‘젊은 귀재’로 떠올랐다. 2011년 다니던 빈대학 법학과를 그만두고 정치활동에 전념해오다 2013년 총선에서 의회 진입에 성공했고, 그해 12월 사민-국민당 연립정부에서 최연소 외무장관을 맡으며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지난 5월 당대표로 선출된 그는 선거 캠페인 전면에 이민자와 난민 문제를 부각시키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외무장관 재임 때부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국경 개방 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낸 그였다. 잘츠부르크대학의 라인하르트 하인시크는 “오스트리아인들은 이민자와 난민이 야기한 위기로 두려워하고 있다. 쿠르츠는 이 두려움을 파고들어 해결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세련된 정장을 입고 머리칼을 정갈하게 빗어넘긴 미혼의 그가 정치인보단 ‘함께 셀카를 찍을 수 있는 록스타’처럼 행동하며 지지를 모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국민당은 기존 검정색 대신 산뜻한 청록색으로 상징색을 교체하기도 했다. 실비아 크리칭거 빈대학 정치분석가는 “쿠르츠의 상대들은 카리스마를 지닌 그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처해하기만 했다. 수사학적 시각에서도 그는 절대적 재능을 가졌다”고 말했다.
‘킹메이커’로 부상한 자유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계유대인회의(WJC)의 로날드 라우더 회장은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주의자로 가득차 있는 자유당은 나치의 과거에 대해 다소 모호한 입장을 내고 있다”며 “그들이 정부를 구성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비난했다. <텔레그래프>는 “오스트리아에서 극우 정당이 2위로 부상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나치 과거를 속죄한 적이 결코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5월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표가 대선 결선까지 진출한 것과, 지난달 독일 총선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이 득표율 13%로 원내 제3당으로 떠오른 것을 언급하면서 “유럽 극우 세력이 승리를 말할 만큼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표현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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