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깃발을 몸에 두른 여성이 독립투표 용지가 흩뿌려진 거리를 걷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지난 1일 독립투표를 치른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스페인 중앙정부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주말 카탈루냐의 자치권 몰수를 염두에 둔 내각 회의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을 보면 19일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앙정부가 대화를 하지 않고 계속해서 압력만 가할 경우 카탈루냐 의회는 유보했던 독립선언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스페인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독립을 선언한 것인지 명확히 하라고 요구했고, 19일은 스페인 정부가 제시한 답변 시한이었다. 카탈루냐는 답변 대신 다시 한번 배수진을 치며 대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에이피>(AP) 통신을 보면 이날 정부는 즉시 성명을 내 “오는 토요일 헌법 155조를 발동하는 절차를 시작할 특별 내각 회의를 열 것”이라며 “이는 카탈루냐를 포함해 자치권을 가진 17개 지역의 자치권을 중앙정부가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헌법 155조는 자치정부가 헌법을 위반하고 스페인의 공공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경우 중앙정부가 자치정부를 상대로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다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처에는 자치권 몰수가 포함된다. 지금까지 155조가 시행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완전히 빼앗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디언>은 정부 고위 인사가 이번주 초 “155조는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자치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도록 만들어졌다”며 “분명히 카탈루냐 정부는 많은 권한을 잃겠지만, 전부는 아니다. 이것은 도끼가 아니라 메스를 사용하는 경우”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155조가 발동되면 지금까지 평화 시위를 해왔던 독립 찬성 세력이 파업에 돌입하거나 주요 지방정부 건물을 인간띠로 봉쇄할 수도 있다”며 “155조 시행이 이 위기를 끝낼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지난 1일 치러진 주민투표 결과, 전체 유권자의 43%가 투표에 참여해 90%가 독립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독립선언을 유보하고 중앙정부에 대화를 요구해왔지만 중앙정부는 주민투표는 헌법을 위반해 법적 효력이 없다며 일관되게 대화를 거부해왔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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