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서 21일 끝난 총선에서 1당으로 올라선 아노당의 대표 안드레이 바비스가 이날 프라하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라하/EPA 연합뉴스
체코에도 몰아친 우파포퓰리즘이 체코판 트럼프와 후지모리를 탄생시켰다.
20일과 21일 치러진 체코 총선에서 이 나라 제2의 재벌인 안드레이 바비스(63)가 이끄는 우파포퓰리즘 정당인 아노당이 득표율 29.6%로 200석 의석 중 78석을 차지하며 1당으로 부상했다. 제2당은 득표율 11.3%인 중도우파 시민민주당, 3당은 체코해적당(10.8%), 4당은 극우파 자유직접민주주의당(SPD·10.6%)이 차지했다. 집권 여당이던 사회민주당은 7% 득표율로 제6당으로 추락했다. 체코의 또 다른 전통 기성정당인 기독민주당은 6% 미만의 득표율로 의석 보유가 불투명해졌다. 공산당도 7.8%로 제5당에 그쳤다.
이번 총선은 유럽에 일고 있는 포퓰리즘 선풍의 결정판이라고 평가된다. 전통의 좌우파 기성정당이 완전히 몰락한데 비해, 포퓰리즘 정당들이 일제히 약진하며 1당으로까지 부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독일 총선에서는 난민과 이슬람에 반대하는 극우파 ’독일을 위한 대안’이 제3당으로 부상했다. 지난 15일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도 반난민을 내건 중도우파 국민당이 1당, 극우 자유당이 2위로 올라섰다.
연정 구성권을 쥐게 된 바비스는 일단 극우 자유직접민주주의당의 연정 참가는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 구성될 체코 정부는 반 난민, 반 유럽연합 색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당인 된 아노당은 중도를 표방하기는 하나 반 난민을 주장하며, 유럽통합에 비판적이다. 대표인 바비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교되는 민족주의적 포퓰리스트다. 그는 화학, 식품, 언론 분야 사업으로 약 40억달러의 자산을 모았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유럽연합(EU) 보조금을 편취한 사기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고, 공산당 집권 시절에는 경찰 프락치로 활동했다는 비난을 받는 등 많은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다.
바비스는 2013년 5월 중도우파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아노당을 창당했다. ‘아노’는 영어의 ’예스’에 해당하는 체코어다. 아노당은 다음해 총선에서 1당인 사회민주당과의 득표율이 2%포인트 밖에 차이가 안나는 2위를 했고, 바비스는 연정에 참여해 재무장관을 역임했다. 바비스는 체코의 유력 일간지 2개를 발간하는 회사의 소유주로 이들 언론을 통해 여론을 조작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21일 끝난 체코 총선에서 대약진한 극우 자유직접민주주의당 대표인 토미오 오카무라의 선거포스터. 반이슬람, 반테러를 내걸고 있다. 오카무라는 일본계 아버지와 체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친할머니는 한국계이다.
극우 자유직접민주주의당의 도약은 체코 정치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다. 일본계 아버지와 체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토미오 오카무라가 2015년에 창당해 2년만에 주요 정당으로 급부상했다. 친할머니가 한국계인 오카무라는 자신의 다문화적인 태생에도 불구하고, 반 난민과 이민법 강화 등 반 다문화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오카무라는 페루에서 강경한 우파 정책으로 집권했던 일본계 정치인 알베르토 후지모리에 비견되기도 한다. 자유직접민주주의당은 유럽의 대표적 극우정당인 프랑스의 국민전선과 동맹을 맺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