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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카탈루냐, 타협이냐 폭력이냐…시민불복종·자치경찰 움직임 관건

등록 2017-10-29 17:27수정 2017-10-29 20:33

27일 카탈루냐 독립선언 불구, 주민 반대 높고 국제사회도 외면
스페인, 카탈루냐 조기선거 공표 속 자치정부 수반 “시민불복종”
자치권 확대 타협부터 반역죄 기소·폭력적 진압까지 예측 불허
카탈루냐가 독립선언을 한 다음날인 28일 바르셀로나항에서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스페인기를 흔들며 경찰들을 환영하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카탈루냐가 독립선언을 한 다음날인 28일 바르셀로나항에서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스페인기를 흔들며 경찰들을 환영하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27일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언하고 그 즉시 중앙정부가 ‘직접 통치’에 들어가면서, 스페인이 1975년 프랑코 독재정권 종식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에서 조기 선거를 추진하고,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평화적 시민 불복종’을 촉구해 현재로선 양쪽이 이 사태를 어떻게 매듭지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중앙정부가 불복종 운동을 어느 선에서 통제할지, 자치정부 경찰이 어떤 태도를 유지할지가 ‘정치적 타협이냐 물리적 충돌이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언한 이후, 한 시간이 채 못돼 스페인 상원이 자치권을 박탈하는 헌법 제155조 발동안을 가결했다. 곧이어 중앙정부가 카탈루냐 의회를 해산하고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과 각료 전원을 해임한 뒤 12월21일 조기 선거를 발표하는 등 사태는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는 형국이다.

스페인 헌법재판소가 독립을 불법으로 간주했고, 유럽연합(EU)과 미국·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28일 잇따라 스페인 정부를 확고부동하게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 카탈루냐가 독립에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간 <엘파이스> 조사 결과, 카탈루냐에서도 독립선언 반대가 55%, 찬성이 42%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카탈루냐 독립보다는 중앙정부와 자치정부가 어느 선에서 힘겨루기를 마치고 접점을 찾을지가 관건이다.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언한 다음날인 28일 한 남성이 바르셀로나 다운타운에서 카탈루냐 독립기 ‘에스텔라다’를 어깨에 걸고 걸어가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언한 다음날인 28일 한 남성이 바르셀로나 다운타운에서 카탈루냐 독립기 ‘에스텔라다’를 어깨에 걸고 걸어가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일단 푸지데몬 수반은 28일 지역 채널인 <티브이-3>으로 녹화방송된 성명을 통해 중앙정부의 해임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자유로운 국가 건설을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중앙정부 직접 통치에 반대하는 평화적 시민 불복종을 촉구했다. 해임된 자치정부가 어떻게 시민 불복종을 이끌 것인지 등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카탈루냐 공무원 20만명 중 일부가 중앙의 명령에 따르지 않겠다고 밝히고, 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독립을 지지하는 ‘10일 총파업’ 제안이 나온 정도다.

카탈루냐 쪽에서 최상의 정치적 타협안은 ‘2006년 자치헌장 개정안’ 수준으로 자치권을 격상하는 선에서 독립선언을 철회하는 것이다. 당시 이 지역 주민 74%가 찬성하고 스페인 의회도 개정안을 승인했다. 그러나 2010년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리자, 가뜩이나 유럽 경제 위기에 따른 긴축정책으로 ‘중앙정부에 내는 세금만 많고 되돌아오는 혜택은 적다’는 불만이 늘어가던 카탈루냐 안에서 자치 대신 독립 주장이 본격화됐다.

스페인 중앙정부가 초강경 자세에서 한걸음 물러나 28일 “새 선거에 푸지데몬 수반의 출마를 환영한다”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인 건 정치적 타협의 청신호로 읽힌다. 다만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와 집권당은 자치권 확대에 가장 단호히 반대하는 쪽이다. 스페인 검찰이 푸지데몬 수반과 카탈루냐 각료들을 최대 징역 30년형 선고가 예상되는 반역 혐의로 기소하고, 독립주의자들의 시민 불복종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는 없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가지고 있었고, 군대와 재정을 제외하고 경찰권·자치방송·문화정책 수립 권한 등을 가지고 있었다. 1만7000만명에 달하는 자치경찰 모소스 데스콰드라 소속 경찰들이 시민 불복종 국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 역시 사태 추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스페인 정부는 이미 독립파로부터 인기가 높았던 자치경찰 총장 주제프 유이스 트라페로를 해임했다. 또 모소스 데스콰드라의 실세들과 만나 12월21일 조기 선거 때까지 중립을 유지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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