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 유리한 정책을 홍보해 투자 수익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왕세자는 1년 새 투자금을 세 배로 불렸다.
7일 <비비시>(BBC) 방송을 보면, 찰스 왕세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콘월공작령’은 2007년 2월 탄소배출권 거래 관련 기업인 ‘서스테이너블 포리스트리 매니지먼트(SFM)’의 주식을 11만3500달러(약 1억2600만원)어치 사들였다. 왕세자 쪽은 이듬해 6월 세계 금융위기를 이유로 이 주식을 팔아 매각대금 32만5000달러(3억6200만원)를 챙겼다. 1년여 만에 200%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이다. 이 사실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조세회피처 자료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분석 결과 드러났다.
이 방송은 이 기업 이사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찰스 왕세자가 투자 기간 동안 기업의 로비를 받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기업의 이사가 왕세자와 1960년대 대학 시절부터 함께한 가까운 친구인데, 그가 로비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회의록에는 그 이사가 왕세자를 이 기업에 소개했다는 내용과 함께 “왕세자 쪽의 투자 사실은 기밀이 지켜져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1999년 설립된 ‘서스테이너블 포리스트리 매니지먼트’는 아열대 및 열대우림에 대한 윤리적 투자를 표방하는 기업으로, 2007년 당시 열대우림 지역에 대한 탄소배출권 거래 허용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관련한 2개의 주요 협정인 교토의정서 및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도(EU ETS)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회의록을 보면, 이 회사는 왕세자 쪽이 주식을 사들이고 네 달 뒤인 2007년 6월에 왕세자에게 관련한 로비 문서를 보내기로 했다. 한 달 뒤인 그 해 7월부터 찰스 왕세자는 열대우림 지역의 탄소배출권 거래 허용을 주장하며 주요 협정을 바꿔야 한다는 연설을 연이어 했다. 그 해 10월에는 ‘왕세자의 열대우림 프로젝트’라는 운동을 발족하기도 했고, 2008년 1월에는 관련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2008년 2월에는 당시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과 이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주제 마누엘 바호주 당시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면담했다.
<비비시>는 “왕세자의 홍보에도 협약은 바뀌지 않았다. 주식 가치가 왜 올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회사는 2011년 문을 닫았다고 한다.
찰스 왕세자 쪽은 “투자한 회사 때문에 연설 주제를 고르는 일은 없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왕세자의 시각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30년 동안 지구 온난화의 위협에 대해 경고했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그가 1990년대부터 옹호해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의 회사는 조세피난처로 불리는 버뮤다에 적을 두고 있었지만 왕세자의 탈세 증거는 없다고 한다. <가디언>은 “탈세를 하지 않았더라도 친한 친구가 연관된 회사에 비밀리에 투자를 한 것, 왕세자의 환경 보호에 대한 지지로 간접적 이익을 봤을 수 있는 회사에 대한 투자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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