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 성과를 놓고 한껏 고무돼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방 4개섬(쿠릴열도) 영토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20일부터 2박3일 동안 이뤄진 5년 만의 일본 방문을 전형적인 세일즈 외교로 진행했다. 무려 100여명의 경제 사절단이 함께 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최근 확정된 도요타자동차의 러시아 투자계획의 성공을 장담하며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도요타 공장은 연산 1만5000대 규모로 푸틴 대통령의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 들어선다. 도요타의 투자는 일본 유력 자본으로선 사실상 첫 대형투자다. 영토 문제 미해결을 들어 러시아 진출을 머뭇거리는 일본 자본을 향한 일종의 ‘시위’인 셈이다.
두 나라간 에너지 협정서 서명식에서도 푸틴의 자신감이 돋보였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러시아의 빅토르 흐리스텐코 산업에너지부 장관이 일찌감치 서명을 마친 데 비해, 일본 쪽은 아소 다로 외상과 니카이 도시히로 경제산업성 장관이 서로 겸양을 하는 통에 약 2분간 시간이 지체되는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뒤에서 지켜보던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하난데 저쪽은 둘이군. 우리가 행정개혁을 제대로 했군”이라며 혼잣말 비슷한 소리를 해, 행사장에 있던 러시아 기자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가 현재 러-일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게 모스크바 쪽의 평가다.
모스크바/노한승 통신원 kismos@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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