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여, 안녕!”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 당수가 22일 하원에서 새 독일 총리로 선출된 직후 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지켜보는 가운데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
앙겔라 메르켈, 독일 최초 여성총리 취임
사민당 출신 각료들과 충돌 가능성 높아
퇴임 슈뢰더, 의원직마저 내놓고 정계은퇴
앙겔라 메르켈(51)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사민당(SPD)의 대연정이 22일 공식 출범했다.
독일 하원은 이날 메르켈 기민당 당수를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했다. 메르켈 총리와 각료들은 취임 선서를 하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7년 동안 이끌어온 사민-녹색당 연정을 넘겨 받았다. 이로써 독일은 9월18일 총선에서 과반 득표 정당이 나오지 않아 표류해온 정국을 수습하고 국정운영을 정상화했다. 독일의 대연정은 1966년 첫번째 대연정 이래 39년만이다. 하원 의석 614석 가운데 압도적인 448석을 가진 대연정이 출범은 했으나, 두 당의 정책노선 차이가 커 순항은 예측하기 어렵다.
어려운 줄타기= 메르켈 총리의 최우선 과제는 1%까지 떨어진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11%에 이르는 실업률을 낮추는 일이다.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은 지난 주 정책협상에서 기업이 원하던 까다로운 노동자 해고규정을 완화했지만,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부가세와 부유세를 늘리기로 합의했다. 메르켈 총리가 애초 원했던 임금협상에서 노동조합의 권한 제한과 연금제도 개혁 등은 미뤄지는 등 사민당의 제동이 만만찮다. 특히 노동·재무장관 등 주요 부처의 각료를 사민당이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도 불협화음이 잦을 전망이다.
메르켈 총리는 대미관계 개선에 앞장설 것으로 보이나 역시 사민당 출신인 외무장관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은 슈뢰더 전 총리의 최측근으로서 이라크 침공 당시 반미정책의 공동설계자로 알려졌다.
부드러우면서도 뚝심= 메르켈 총리는 언론을 잘 이용하는 화려한 슈뢰더 총리의 스타일과는 다르다. 독일 언론들은 그가 냉정하고 수줍은 성격이라고 꼬집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오히려 이런 점이 연정의 정책타협을 이루는 데는 적격이라고 보고 있다. 화려하고 허풍떠는 것을 싫어하는 젊은 세대에게 메르켈의 장점이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가 실패할 경우 조기총선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되레 현 내각의 안정에 기여하는 요소다.
한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애초 계획과 달리 의원직까지 사퇴하고 베를린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자서전을 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독일 메르켈 정부 내각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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