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된 극우 행진. 바르샤바/EPA 연합뉴스
주말 폴란드에서 참가자가 6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극우 집회가 열렸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환멸과 경제적 불평등을 먹이로 삼아 동유럽에서 극우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있다.
외신들은 11일 독립기념일을 계기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극우 집회에 6만명가량이 몰렸다고 전했다. 이들은 “유럽은 백인 것”, “피를 깨끗이 하자” 등의 구호를 내걸었고 2차대전 때 폴란드를 짓밟은 나치의 깃발까지 등장했다.
급진국민캠프 등 극우단체들은 2009년부터 독립기념일에 행진을 조직했다. 시위대는 초기에 수백명에 불과했지만 몇년 새 급격히 불었다. 인접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에서도 극우주의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가디언>은 영국 극우단체인 영국수호동맹 대표인 토미 로빈슨, 이탈리아 극우 정당 ‘포르차 누오바’ 대표 로베르토 피오레가 이번 시위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동유럽에서는 정치권의 부패와, 유럽연합(EU) 합류 뒤 경제는 성장했지만 불평등은 늘었다는 불만에 극우 포퓰리스트들이 편승하고 있다. 폴란드는 2015년부터 극우 성향의 법과정의당이 정권을 잡고 있다. 이들은 극단적 민족주의, 인종차별, 반유럽연합 정서를 대중에게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에서도 1만명 규모의 극우 집회가 열렸다.
폴란드 정부는 하루가 지난 12일에야 극우 시위에 대해 “우리는 공공장소에서 민족·인종주의 지지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영방송은 이 시위를 “애국자들의 위대한 행진”이라 칭했고, 내무장관은 “아름다운 광경”으로 묘사했다. <알 자지라>는 “통상 이 행진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끝났는데, (극우 정당인) 법과정의당이 2년 전 정권을 잡은 뒤부터 충돌의 정도가 약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극우 시위에 맞선 반파시즘 시위도 있었지만 규모가 훨씬 작았다고 보도했다. 극우 집회 참석자들이 반대 집회에 참석한 몇몇 여성들을 밀고 발로 찼다는 보도도 나왔다.
폴란드 극우가 무슬림에 대한 혐오 구호를 외치지만, 폴란드의 무슬림 인구 비중은 1%도 안 된다. 폴란드는 안보를 구실로 유럽연합 내 난민 할당도 거부하고 있다. 무슬림 인구 비중이 5%를 넘어선 지 오래고 난민 유입과 테러리즘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서유럽과는 상황이 다르다. <알 자지라>는 극우단체가 폴란드에 거의 있지도 않은 무슬림을 탓하며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