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한국 등 역외 17개 국가를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로 선정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4일 보도했다. 유럽연합 28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이날 재정경제이사회를 열고 이렇게 결정했다고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이 밝혔다. 유럽연합이 결정한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대상국은 한국과 미국령 사모아, 바레인, 바베이도스, 그레나다, 괌, 마카오, 마셜제도, 몽골, 나미비아, 팔라우, 파나마, 세인트 루시아, 사모아, 트리니다드 토바고, 튀니지, 아랍에미리트다.
이들 국가는 외국 기업에 소득·법인세 등 감면 혜택을 줘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제 규모가 작고, 자치령인 섬지역이 대부분이어서 한국이 블랙리스트 대상국이 된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또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 전통적으로 조세회피처로 분류된 곳이 빠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선정한 조세회피처 대상 중에서도 다수가 빠져있어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조짐이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말 조세회피 블랙리스트 대상국 후보를 92개국 선정한 뒤 조세 정책 평가를 위한 자료를 요구했고, 자료 내용을 토대로 대상국을 줄여왔다. 지난달 영국령 버뮤다의 로펌 애플비에서 조세회피 자료인 ‘파라다이스 페이퍼’가 폭로된 뒤 발표 계획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이 이들 국가에게 어떤 제재를 취할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은 엄격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지지하는 반면, 또 다른 국가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나쁜 결과를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대상 국가를 감시해 블랙리스트를 매년 개정할 방침이다.
유럽연합은 이들 국가와 함께 47개국을 블랙리스트에 대상국에 버금가는 ‘그레이 리스트’로 선정했다고 <아에프페>는 덧붙였다. ‘그레이 리스트’ 국가는 세제 관련 법규를 바꾸겠다고 약속한 곳들이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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