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8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날 영국과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1단계 협상이 타결됐다며 “2단계 협상에 진입한다”고 밝혔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영-EU ‘1차 협상’ 타결
3가지 쟁점 사안 돌파구만 찾아
무역협정과 과도기는 더 큰 난제
14일 정상회의에서 2차협상 결정
3가지 쟁점 사안 돌파구만 찾아
무역협정과 과도기는 더 큰 난제
14일 정상회의에서 2차협상 결정
유럽연합(EU)와 영국이 8일 ‘이혼 조건’(탈퇴 조건)과 관련한 3가지 쟁점들에 합의하면서 브렉시트가 1차 고비를 넘기고 무역협상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합의는 엄밀히 말하면 쟁점 사안의 완전 타결은 아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서 지급할 부채 등에 대한 ‘이혼 합의금’, 영국에 거주하는 유럽연합 회원국 시민의 권리, 영국과 아일랜드의 국경 문제 등에 대한 심각한 이견을 해소할 돌파구를 찾았다는 것이다.
영국이 지급할 이혼 합의금만 봐도, 영국이 정산해야 할 부채를 약 1천억 유로로 정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영국의 유럽연합 내 자산 등을 제외하고 영국이 실제 지급할 순정산액은 400억~500억유로(65조원) 정도지만, 여기서 실제 비용을 정산하고 최종 합의할 금액은 아직도 분명하지 않으며 밀고당기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협상을 번번이 좌초시켰던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의 국경 개방 문제에 대해서도 테리사 메이 총리가 “북아일랜드에서 물리적 국경은 없을 것”이라며 모호하게 처리했다.
아일랜드와의 국경 개방 문제는 영국 내 유럽연합 탈퇴파들에게는 ‘실질적 탈퇴’를 가늠하는 잣대였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유럽 대륙을 거쳐 밀려드는 이민과 난민 제한이었다.
아일랜드 쪽은 국경 개방을 요구하며, 이 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북아일랜드 내 신교도-구교도 분쟁이 재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아일랜드 내에서는 아일랜드와 같은 구교도들은 국경 개방을 유지하자는 입장이고, 신교도 주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특히 테리사 메이 총리의 보수당 정권을 지탱해주는 북아일랜드의 민주연합당은 국경 개방에 번번이 반대해, 이번 협상을 좌초시켜왔다. ‘열린 국경’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국경 개방의 폭은 축소될 것으로 알려져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구교도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날 합의로 유럽연합과 영국은 오는 14~15일 열리는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2단계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돌파구를 열었다. 남은 이슈들 가운데 최대 쟁점은 무역협상이다. 영국은 유럽연합과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유럽연합 단일시장 접근을 보장받으려 한다. 반면, 유럽연합 쪽은 영국이 탈퇴하고도 단일시장 혜택을 그대로 누리는 것은 꿩 먹고 알 먹으려는 의도라고 비판한다. 단일시장에 접근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라는 것이다. 유럽연합과의 교역은 영국엔 사활이 걸린 문제이고 메이 총리 정부한테도 정권의 명운을 가르는 문제다.
또 다른 쟁점은 탈퇴 과도기 동안 영국이 유럽연합의 모든 법을 준수하면서도 의사결정에는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유럽연합 쪽이 주장하는 점이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의장은 무역협정과 과도기 협상은 이날 타결된 사안들보다도 더 어려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가장 어려운 도전이 여전히 앞에 있음을 기억하자”며 “우리 모두 헤어지기 어렵지만, 헤어진 뒤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은 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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