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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EU ‘항구적 안보 협력체제’ 출범…‘유럽 군사공동체’ 첫발

등록 2017-12-15 15:22

영국 등 3개국 뺀 25개국 서명…70년간 꿈 ‘군사공동체’ 현실로
트럼프와 불협화음 이후 미국 주도 나토 의존성 낮추기 본격화
14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항구적 안보 협력체제’(PESCO) 출범에 서명한 회원국 정상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브뤼셀/ EPA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항구적 안보 협력체제’(PESCO) 출범에 서명한 회원국 정상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브뤼셀/ 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14일 ‘항구적 안보 협력체제(PESCO)’를 출범시켰다. 유럽이 70년간 꿈꿔온 ‘유럽 군사공동체’의 초석으로 평가되고, 지난 5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뒤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노선을 시사한 뒤 7개월 만의 가시적 조처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역내 25개국 정부가 분담금을 내어 군사공동체를 발전시키고, 군대를 배치하는 조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 28개국 가운데 2019년 3월 탈퇴(브렉시트)가 예정돼 있는 영국과 역내 군사 문제에선 빠지기로 한 덴마크 및 몰타만 서명에서 빠졌다. 다만 비회원국도 분담금과 군사훈련을 부담한다는 조건 하에 참여는 하되 결정권은 갖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추후 영국도 가입할 수 있는 길을 터놨다.

유럽 군사공동체 구상은 미국 주도의 나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유럽연합 방위체계를 개편해 독자적인 안보 능력을 구축하려는 목표로 추진됐다. 개별 회원국의 분할된 방위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예산 낭비를 막아 보자는 취지도 있다. 도널드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그 꿈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 오늘 이 꿈이 현실이 됐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동맹에도 좋은 소식이고 우리의 적들에게는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안보 협력체제는 멀게는 1950년대부터 시도됐으나 프랑스 의회의 반대에 가로막혔고, 이후엔 영국이 반대했다. 가깝게는 1998년 유럽연합의 두 핵무기 보유국 영국과 프랑스가 추진한 ‘앵글로-프렌치 유럽연합 방어 조약’이 시초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영국은 유럽연합군 창설로 나토가 약화될까 우려해 조약을 유럽으로 확대하는 데 반대했다.

유럽 국가들은 최근 십수년간 지속적으로 군사 문제에 있어 지나친 ‘미국 의존성’을 확인하는 굴욕을 경험했다. 유럽 정부들은 1990년대 발칸전쟁 때 미국이 개입에 나설 때까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해커들의 군사 시스템 공격 등도 유럽이 군사적으로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리비아 사태 때는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가다피 정권 축출’을 위한 폭격을 결단했으나 폭탄과 미사일이 동나 결국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의존성’은 지속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유럽 방문 중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요구하며 회원국이 침공받으면 미국이 자동적으로 개입한다는 안보 조약을 재확인하지 않은 건 ‘결정타’에 가까웠다. 이후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우리가 (미국 등) 다른 나라들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공개적으로 독자 노선을 시사했다. 이후 유럽연합 설문조사에서도 유럽 시민 4분의 3이 더 강한 자위 체제를 원하고 있다는 여론이 확인됐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항구적 안보 협력체제가 출범하면, 자연스레 나토의 위상이 약해지리란 우려도 존재한다. 투스크 의장은 “오랫동안 항구적 안보 협력체제에 반대하는 가장 큰 논란은 나토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면서 “오히려 정반대다. 유럽의 강력한 방위 능력은 자연적으로 나토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유럽연합에 좋은 것은 유럽과 나토에도 좋은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유럽 방어를 강화하는 이니셔티브를 환영한다”면서도 “유럽연합과 나토가 한 회원국에 서로 충돌하는 요구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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