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정 수립 기자회견을 연 제바스티안 쿠르츠 국민당 대표(오른쪽)와 자유당 대표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왼쪽)가 악수하고 있다. 빈/EPA 연합뉴스
오스트리아에서 극우 연정이 등장했다. 극우 정당이 내무부와 국방부를 장악해 반난민 기조가 노골화할 전망이다.
오스트리아 영자지 <더 로컬> 등 현지 언론은 중도우파 국민당과 극우 자유당이 연정에 합의해 16일 대통령으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에서 극우 정당이 연정에 들어온 것은 2000~2005년 연정 이후 처음이다. 오스트리아는 서유럽에서 유일하게 극우 정당이 내각에 참여하는 나라가 됐다. 지난 10월 총선에서 제1당이 된 국민당의 대표인 제바스티안 쿠르츠가 총리를 맡고 극우 자유당 대표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가 부총리직을 맡는다. 31살의 쿠르츠는 유럽 최연소 총리가 됐다.
내무와 국방, 외무, 사회보장, 보건 장관직은 자유당에서 맡았다. 국민당은 법무, 금융, 농업 장관직을 가져왔다. 쿠르츠 국민당 대표는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은 같은 정당에서 맡아서는 안 된다는 게 대통령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반난민 기조의 자유당이 경찰과 치안을 담당하는 내무부와 국경 경비를 담당하는 국방부를 모두 장악하게 돼 반난민 정책이 노골적으로 실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 <비비시>(BBC)는 야당 쪽에서 “경찰과 보안기구가 모두 자유당 손에 떨어졌다”며 우려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는 이미 지난 10월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무슬림 여성 복식인 부르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복장 착용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2015년 외무장관으로서 유럽 난민 위기 때 난민들의 주요 경로인 발칸반도를 폐쇄하는 협상을 주도했던 쿠르츠는 이번 총선에서 난민 복지 혜택 축소, 유럽연합(EU) 난민 할당제 반대 등 반난민 정책을 내세웠다. 다만 쿠르츠는 이번 내각 구성을 발표하며 “친유럽” 기조를 분명히 하고 브렉시트와 같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고자 하는 국민투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월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국민당은 32%를 득표해 183석 중 62석을 차지했지만 과반을 넘지 못해 3번째로 많이 득표(26%·51석)한 자유당과 연정 협상을 해왔다.
올해 유럽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반난민 정서를 타고 극우 정당들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프랑스에선 5월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가 대선 결선까지 올랐다. 독일에서는 9월 총선에서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득표율 13%를 차지하며 원내 제3당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극우는 협상에서 배제하는 원칙을 지키며 3개월째 험난한 협상을 벌였고, 연정을 거부하던 사회민주당이 15일 대연정 협상에 나서기로 입장을 바꿈으로써 돌파구를 찾았다. <비비시>는 “자유당과는 달리 다른 (극우) 정당들은 선거에서의 승리를 실제 권력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