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회원국 영토 내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용의자 비밀수용소를 운영했다는 주장에 대한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유럽연합 의장국인 영국은 22일 회원국들을 대표해 미국 정부에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는 공식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또 핀란드와 네덜란드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오는 28일 유럽연합 외무장관 회의 때 공식서한을 채택할 것을 영국에 요청했다고 <에이피(AP)통신> 등이 외교관들의 말을 따 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일 <워싱턴포스트>가 동유럽 등 8개국에서 비밀수용소를 운용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으나 아직까지 확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또 2주 전 출범한 유럽연합 등 46개국 협력체인 유럽평의회 비밀수용소 의혹 조사단 단장인 딕 마르티 스위스 상원의원은 이날 유럽에 착륙한 중앙정보국 관련 31개 항공기 비행기록에 대해 조사 중이며 유럽연합 위성센터에 루마니아와 폴란드의 수용소 추정지에 대한 과거 위성사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사는 미국에 대항하는 십자군운동이 절대로 아니다”라며 “모든 유럽인들이 테러와 싸워야 한다는 미국인들의 주장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싸움은 합법적 수단을 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아이슬란드, 스웨덴도 중앙정보국 항공기의 착륙 여부 등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스페인의 조사 결과, 보잉 747 등 10편의 미 정보국 항공기가 작년 1월부터 올 1월까지 마요르카섬의 팔마기지를 거쳐 동유럽 등 비밀수용소로 운항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우파 대중당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시절에는 스페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3월 사회노동당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가 정권을 잡으면서 두 나라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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