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홀로코스트 기념비 “수치스럽다” 발언
독일 극우 정치인 집 앞에 기념비 본뜬 조형물
예술가 단체가 옆집 빌려 은밀히 열달간 제작
독일 예술가 단체가 베를린 홀로코스트 기념비를 본떠 조성한 독일 극우 정치인 집 앞의 조형물. 폴리티컬뷰티센터 트위터 갈무리
‘홀로코스트’가 아니라 ‘홀로코스트 기념비’가 부끄럽다던 독일의 극우 정치인 집 앞에 베를린에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비를 본뜬 조형물이 설치됐다.
지난달 22일 아침,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정치인 비외른 회케는 튀링겐주 보른하겐에 있는 집에서 눈을 뜬 직후 베를린 홀로코스트 기념비의 축소판을 목도해야 했다.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기념비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반성하고 기억하자는 뜻에서 2005년 2711개의 직육면체 콘크리트가 엄숙하게 나열된 형태로 조성됐다.
회케는 지난 1월 홀로코스트 기념비를 두고 “수도 중심부에 수치스러운 기념물을 설치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독일인뿐”이라며 독일인들은 역사에 대한 인식을 “180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회케의 집 앞 조형물은 베를린의 기념비처럼 직육면체의 콘크리트 24개로 이뤄져 있으며, 다만 원본과 “180도” 다른 방향으로 조성됐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조형물을 제작한 것은 독일의 예술가 단체인 ‘폴리티컬뷰티센터’다. 이 단체는 열달 전부터 회케의 옆집을 빌려 조형물 제작에 착수했다. ‘깜짝 공개’ 전까지는 텐트를 세워 제작 과정을 가렸다고 한다. 회케는 자신의 집을 촬영하고 디엔에이(DNA)를 채취하는 등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이 ‘이웃’을 쫓아내고자 했지만 임차 계약기간이 2022년까지라 소용없었다고 한다. 조형물은 여전히 회케의 집 앞을 지키고 있다.
이 단체 활동가 필리프 루흐는 조형물 설치 이유로 “회케가 아무리 독일 역사를 바꾸고 싶어 해도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그에게 상기시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