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19일 크리스마스마켓 트럭 테러 1주기를 맞아 수도 베를린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서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에 참석해 촛불을 들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이번 연말을 가장 무거운 마음으로 보내고 있는 지도자로는 단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꼽힐 것 같다. 지난 9월24일 연방하원 선거에서 그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이 다수당 자리를 지켰으나, 3개월이 넘도록 정부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도 함께 추락했다.
27일 <데페아>(DPA) 통신은 “절반에 가까운 독일 시민이 메르켈 총리가 다음 연방하원 선거가 예정된 2021년 전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데페아>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시민 2036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47%가 메르켈 총리가 다음 선거 전에 물러나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가 임기를 끝까지 채우기를 원한다는 답변은 36%에 그쳤다.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은 선거 직후인 지난 10월 다소 올랐으나 최근 정부 구성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크게 떨어졌다. 유고브는 10월에만 해도 메르켈 총리가 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44%였고, 떠나야 한다는 비율이 36%였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기사연합은 연방하원 선거 직후부터 한 달 넘게 자유민주당, 녹색당과 ‘자메이카 연정’을 구성하는 협상을 벌였다. 마라톤 협상이 이어졌지만 지난달 19일 결국 결렬됐다. 이후 중도 좌파인 사회민주당과 대연정을 타진중이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민당은 유럽연합(EU) 개혁과 의료보험 일원화, 고용 안정, 연금 증액 등을 주장한다. 사민당 소속인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무장관은 26일 <빌트>에 “이전처럼 유럽연합 개혁 제안을 거부한다면 연립정부 구성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제 기민·기사연합이 실제로 독일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은 다음달 7일 대연정을 위한 공식 탐색 회담에 들어간다. 양쪽은 다음달 12일로 협상 마감 시한을 정했으며, 합의가 이뤄지면 사민당은 다음달 21일 당대회를 거쳐 대연정을 받아들일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익스프레스>는 “메르켈 총리가 정부 구성을 위한 새해 첫 주의 악몽에 직면했다”면서 “유럽의 혼란과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벼랑에 몰린 독일을 구출하기 위한 일주일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회담이 실패할 경우 소수정부를 구성하거나 자메이카 연정 회담을 재개하는 방향도 언급되지만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 총선이 치러질 경우에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을 이용해 지난 총선에서 제3정당으로 급부상한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에 유리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3년 총선 때는 선거 67일 뒤 연립정부가 구성됐다. 정부 구성이 지연되자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지난 24일 “예상치 못한 상황 앞에서 두려워 해선 안된다. 국가는 헌법에 따라 작동하고 있다”며 민심 수습에 나섰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