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018년을 맞이하며 보낸 연하장에 핵 공격으로 가족을 잃은 소년의 사진을 넣어 핵 위협이 고조된 세계를 비판했다. 이는 사실상 핵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 대한 메시지로 읽힌다.
<시엔엔>(CNN) 방송은 31일 교황이 신년을 맞아 미군이 터트린 원자폭탄에 피해를 입은 일본 나가사키 소년의 사진을 넣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연하장을 배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에는 2차대전 직후 원자폭탄의 피해를 입은 한 소년이 죽은 동생을 어깨에 메고 화장터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입을 꾹 다문 굳은 표정에, 눈빛에는 애잔한 슬픔에 비친다.
교황은 이를 ‘전쟁의 결과’라고 적고 서명했다. 사진 설명에는 “어린 소년의 슬픔은 피가 흘러 나오는 입술로만 표현된다”고 적었다. 이 사진은 미국 해병대 전속 사진사였던 조셉 로제 오도넬이 1945년 핵 공격을 받은 나가사키에서 촬영한 것으로, 사진집 <일본 1945년: 그라운드 제로에서 온 한 해병대 사진사>에 실린 적이 있다.
<시엔엔>은 바티칸 수석 분석가인 존 알렌의 분석을 전하며 “사진 카드에 교황의 입장이 새롭게 추가된 것은 없지만, 교황이 연말연시를 맞아 특정 사진을 직접 선택한 것은 처음이다. 교황은 이 사진이 현재 상황과 관련이 크다고 입장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지난달 25일 성탄절 공식 메시지인 우르비 엣 오르브를 발표하면서 특별히 “한반도 대치 상황이 해소되고 전세계가 추구하는 상호 신뢰가 증진되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교황은 전날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송년 저녁 미사에서도 “인류가 죽음과 거짓말, 부정의로 한 해를 낭비하고 망쳤다“며 “전쟁은 회개하지 않고, 부조리한 오만함의 가장 명백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많은 범죄행위로 인해 인간과 사회와 환경이 파괴됐다”며 “우리는 신과 형제들, 창조물 앞에서 모든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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