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새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지난해 대선 기간 각종 가짜 뉴스에 시달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해 가짜 뉴스를 막을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법을 올해부터 시행한 독일에서는 시행 첫날 극우정당 의원이 단속됐다.
<아에프페>(AFP) 통신과 <로이터> 통신을 보면, 마크롱 대통령은 3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한 새해 기자회견에서 “가짜 뉴스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법안을 만들 예정”이라며 “몇주 안에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언론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 중 하나로 후원을 받은 콘텐츠의 경우 모든 광고주를 공개해야 하며 후원 금액에 상한선이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법관이 가짜 뉴스 게재 중단, 누리집 접속 차단,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소셜미디어 계정 폐쇄 등의 명령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최고 방송규제 당국인 시청각최고위원회(CSA)의 권한을 “외국의 영향이나 통제를 받는 방송사들이 불안정을 야기하기 위한 어떤 시도에도 맞설 수 있도록”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 마크롱 대통령은 동성애자설, 해외 비밀계좌 보유설 등 많은 가짜 뉴스에 시달렸다. 비밀계좌 보유설은 대선 결선 경쟁 상대였던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와의 텔레비전 토론을 불과 몇시간 앞둔 시점에 퍼졌다. 르펜이 비밀계좌 의혹을 언급한 성명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의 정당 ‘앙마르슈’는 가짜 뉴스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꼬집기도 했다. 대선 기간에 그의 선거캠프는 러시아 관영언론인 <스푸트니크>와 <러시아 투데이>(RT)가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보고 해당 매체들의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가 군사적 위협과 정보전을 결합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르펜은 가짜 뉴스 차단 법안 계획에 대해 “시민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며 “누가 그 뉴스가 ‘가짜’라고 결정하는가? 판사? 정부?”라고 비판했다.
가짜 뉴스에 대응하는 법을 준비한 것은 프랑스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독일도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 소셜미디어 업체가 가짜 뉴스나 혐오 발언을 담은 게시글을 인지한 지 24시간 안에 삭제하지 않으면 최고 5천만유로(약 640억원)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 올해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도이체 벨레>는 법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 소속 베아트릭스 폰 슈토르히 의원이 무슬림 혐오 발언을 이유로 트위터 계정을 12시간 동안 차단당하고 해당 트위트가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슈토르히 의원은 쾰른 경찰이 독일어 외에도 아랍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의 새해 인사를 트위터에 올리자 “독일 경찰이 왜 아랍어로 트위트하는 건가? 야만적이고 집단 성폭행을 일삼는 무슬림 남성들을 달래기 위한 것인가?”라는 트위트를 올렸다. 이 매체는 또 경찰이 혐오 발언을 이유로 슈토르히를 고발했다고 전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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