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글로벌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그룹 더블유피피(WPP) 최고경영자 마틴 소렐. AFP 연합뉴스
영국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은 1월4일 오찬 때까지 이 나라 평균 노동자들이 한해 동안 벌 돈을 다 벌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영국 인력개발연구소(CIPD)와 싱크탱크 고임금 센터 분석 결과, 런던증시 주가지수(FTSE 100) 기업 최고경영자의 연봉 중간값은 345만파운드(약 49억6900만원)로, 정규직 노동자 평균인 2만8758파운드(약 4141만원)의 120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은 3일 “최고경영자들이 근무일 기준 3일 이내에 노동자의 한 해 연봉에 맞먹는 임금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1월1일이 휴일임을 감안하면, 경영자들은 4일 점심 무렵까지 노동자의 연봉을 다 번 셈이다.
소득 불평등 개선 캠페인 단체들은 이를 ‘살찐 고양이(Fat Cat·정치자금을 많이 내는 부자) 목요일’로 부르며 개탄하고 있다. 스테판 스턴 고임금 센터 연구소장은 “경영자와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지난 20년간 3배 이상 커졌다”고 비판했다. 프란시스 오그라디 영국 노동조합 회의(TUC) 사무총장은 “노동자들이 나폴레옹 시대 이래 기나긴 임금 쥐어짜기로 고통받는 동안 보스들이 전화번호로 보이는(숫자가 많은) 연봉을 받아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영국 최대 노동조합 단체인 일반노조(GMB) 팀 로케 사무총장은 “경영자와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그냥 터무니없다”며 “살찐 고양이들이 그들의 비즈니스 제국을 떠받치기 위해 격무를 하는 사람들보다 100배를 더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2016년 기준으로 영국 최고액 연봉자는 글로벌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그룹 더블유피피(WPP)의 마틴 소렐 최고경영자다. 소렐은 지난해 4800만파운드(약 689억4500만원)를 받았다. 2015년 연봉은 7000만파운드(약 1005억4500만원)였다. 소렐의 줄어든 연봉은 FTSE 100 최고경영자 연봉 중간값을 397만파운드(약 57억원)에서 345만파운드로 떨어트리는 데 기여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피터 치즈 인력개발연구소장은 “왜, 그리고 어떻게 최고경영자들에게 보상해줘야 하는 지를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개발연구소와 고임금 센터 자료를 보면, FTSE 100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지난해 시간당 평균 898파운드(약 129만원)를 받았다. 법적 최저임금인 3.5파운드(약 5029원)의 256배 수준이다. 영국에서 25살 이상 최저임금은 시간당 7.5파운드(약 1만778원)다. 18살 이하는 시간당 4.05파운드(약 6466원)지만, 실습생은 3.50파운드다.
노동계는 경영자와 노동자 간 임금격차에 있어서 ‘상식’을 회복하고, 최저임금을 시간당 10파운드(약 1만4400원)로 올리려면 노동자가 임금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로케 사무총장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최고경영자들의 과도한 임금에 제동을 걸겠다는 공약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테리사 메이는 회사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 (약속을 지켰더라면) 기업의 초과 지출을 밝히고 공정한 임금을 향한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노동당 그림자 내각 내무장관인 레베카 롱베일리는 “차기 노동당 정부는 만연한 임금 불평등에 제동을 걸고 생활 최저임금을 최소 시간당 10파운드로 인상하고, 공공부문 및 정부와 공공 계약을 맺는 회사에서 최대 임금격차 비율을 20:1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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