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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한 끼에 144만원…바가지 씌운 ‘베니스의 상인’

등록 2018-01-23 15:24수정 2018-01-23 20:35

일본인 유학생, 이탈리아 베네치아서 거액 식비 내고 경찰 신고
부르냐로 시장 “사실 확인 후 책임자 처벌 위해 조처하겠다”
밀려드는 관광객, 돈 벌려는 외부인에 잠식당했다 우려 빗발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정박한 크루즈선. 세계기념물기금 누리집 갈무리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정박한 크루즈선. 세계기념물기금 누리집 갈무리
세계적 관광지인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여행하던 일본인 유학생 4명은 최근 산마르코광장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봉변’을 당했다. 스테이크 4인분과 생선 요리 한 접시, 물을 주문한 이들이 받아든 청구서에 적힌 금액은 1100유로(약 144만원). 서비스료를 더해도 이해하기 힘든 액수였다. 볼로냐에 있는 학교로 돌아간 이들은 이 식당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리고 여행 관련 누리집에 “서비스와 환경, 대우와 품질까지 모두 형편없다.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글을 남겼다.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 베네치아에서 이번엔 관광객들에게 터무니없는 바가지 요금을 청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가디언>을 보면, 일본인 유학생들의 ‘불편한’ 여행담은 베네치아 시민단체 ‘그루포 25 아프릴레’가 문제를 제기하며 알려졌다. ‘그루포 25 아프릴레’는 “베네치아의 명성을 위협하고 모든 주민들에게 손해를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관광객 3명이 다른 식당에서 해산물 파스타 세 접시를 먹고 350유로(45만8000원)를 냈다거나, 영국인 3명이 구운 생선 요리 등을 점심으로 먹고 526유로(69만원)를 지불했다는 얘기까지 공개됐다. 루이지 부르냐로 시장은 트위터에 “이 부끄러운 사건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취하겠다”며 “언제나 정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
문제가 된 식당은 중국인 소유로, 운영은 이집트인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임대료가 올라, 매년 주민 2000명 이상이 베네치아를 떠나는 상황에서 외국인 소유의 식당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자 “이탈리아 이름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는 분노가 표출되는 모양새다. ‘그루포 25 아프릴레’는 문제가 된 식당이 위치한 마르차나 구역에서 전체 식당의 1%만 현지인이 운영하고 있으며, 역사 유적이 있는 지역 전체로 보면 절반 가량만을 현지인이 소유한다고 밝혔다. 베네치아가 관광객들과, 이들을 이용해 주머니를 채우려는 외부인들에게 잠식당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매년 3000만명 이상이 베네치아를 방문한다. 주민들은 너무 많은 관광객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불평한다. 베네치아와 대탈출(exodus)의 합성어인 ‘베넥소더스’(Venexodus)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날 <시엔엔>(CNN) 방송이 선정한 ‘2018년 피해야 할 관광지 12곳’에도 베네치아가 들었다. <시엔엔>은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들이닥치자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고 있다”며 “주민 수는 5만5000명으로 급감했고, 아예 주데카 운하에 크루즈선 진입을 금지하려는 계획까지 나왔다”고 소개했다. <시엔엔>은 또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친퀘테레, 아일랜드 스카이섬 등에서도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관광객 수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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