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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맨체스터 테러 영웅, 알고 보니 도둑이었다

등록 2018-01-31 11:48수정 2018-01-31 13:57

노숙인 크리스 파커, 테러 피해자 도왔다는 목격담에 영웅 등극
CCTV에 찍혀 덜미…지갑·핸드폰 가로채 징역 4년3개월 선고
당시 영국 시민들, 파커 자활 도우려 7900만원 성금 모아
맨체스터경찰청이 공개한 크리스 파커의 모습. AFP 연합뉴스
맨체스터경찰청이 공개한 크리스 파커의 모습. AFP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열린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 콘서트 중 발생한 폭탄 테러 당시 피해자들을 도와 영웅으로 칭송받던 노숙인 크리스 파커(33)가 알고보니 현장에서 피해자들의 물건을 훔치는 파렴치한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맨체스터 형사법원은 30일 절도 등의 혐의를 인정해 파커에게 징역 4년3개월을 선고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데이비드 헤르난데즈 판사는 판결문을 읽으며 “당신은 당신이 흉내 낸 영웅이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도둑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22일 리비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살만 아베디(22)가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벌인 자살 폭탄 테러로 22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파커는 당시 사고 현장 인근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가 피해자들을 신속히 도왔다는 목격담이 불거져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현장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범행 장면이 찍혀 덜미를 잡혔다. 파커는 사망한 14살 손녀 소렐 레츠코우스키 옆을 지켰던 중년 여성 파울린 힐리의 가방에서 지갑을 훔쳤고, 상태가 심각했던 또다른 14살 소녀 손에 쥐어진 핸드폰도 가로챘다. 사고 발생 몇 시간 후 근처 맥도날드에 가서 훔친 힐리의 직불 카드로 결제했고, 소녀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빗발치자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자동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힐리는 “다른 사람의 비극과 고통 속에 둘러싸여 있던 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이 공격을 활용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루이스 브랜든 검사는 “파커가 다가서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으며 안도한 피해자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또 파커가 힐리를 포함해 여러 명의 피해자의 사진을 찍고 돌아다녔으며, 이 사진을 기자들에게 100파운드(약 15만원)를 받고 팔기도 했다고 말했다. 파커가 일부 부상자를 출구로 안내하거나 부상당한 여성의 전화를 귀에 대주는 등 약간의 도움을 주긴 했다고 <가디언>은 밝혔다.

당시 영국 시민들은 사고 현장에서 용기있게 행동한 파커에게 감동을 받았다며, 자활을 돕기 위한 크라우드펀딩까지 벌였다. 크라우드펀딩 누리집 ‘고 펀드 미’를 보면 그에게 몰린 성금은 5만2천파운드(약 7898만원)이나 됐다. 고 펀드 미 대변인은 “파커가 기소되면서 모인 성금을 받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전액을 기부자들에게 돌려줬다”고 전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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