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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독일, 중고생 ‘나치수용소 견학’ 의무화 논쟁

등록 2018-02-01 14:39수정 2018-02-01 21:01

“모든 독일인 일생에 한 번은 가봐야”
“무슬림 이민자 정체성 형성에도 도움”
“역효과”·“자각이 중요하다” 견해도
폴란드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정문.
폴란드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정문.
1월27일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3돌인 날이었다. 이곳에서 살해당한 유대인만 100만명에 달한다. 이를 기억하는 크고 작은 추모 행사가 독일 곳곳에서 열린 가운데 중고생들의 나치 수용소 견학을 의무화하자는 움직임이 논쟁을 부르고 있다.

베를린 시정부의 연방 담당 비서인 소산 치블리는 1월 초 <빌트 암 존타크>와 한 인터뷰에서 모든 독일인이 일생에 한 번은 나치 수용소를 방문하는 것을 의무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중고생뿐 아니라 난민 통합 교육 과정에 있는 이들도 수용소를 방문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난민 가정 출신인 그는 “지금 무슬림 이주민 3세 청소년들이 독일인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나의 청소년 시절보다 더 어려움을 겪는다. 차별과 거부당한 경험과 연관돼 있을 것인데, 우리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긍정적 정체성 갖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난민 가정 출신으로 나치 수용소 관람 의무화를 주장한 소산 치블리.
팔레스타인 난민 가정 출신으로 나치 수용소 관람 의무화를 주장한 소산 치블리.
독일 유대인중앙위원회 의장 요제프 슈스터도 이 제안을 환영했다. 그도 앞서 중고생들의 수용소 견학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남부 바이에른주는 중고생 수용소 견학을 교과과정에 넣어 시행하고 있다.

반대 의견도 나온다. 나치의 만행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브란덴부르크 기념관의 귄터 모르슈 관장은 “동독 시절의 경험을 보면 강제 교육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주장했다. 나치의 최초 수용소인 다하우 수용소 기념관 관장인 가브리엘레 하머만은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민주주의 교육에 기여하고 학생들이 극우 성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주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사회와 정치가 함께해야 가능하다. 여기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튀링겐주 교육장관 헬무트 홀터는 “청소년들이 이 주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고민하도록 자극을 줘야 한다”며 의무 관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했다.

의무 관람 논쟁은 최근 고조되고 있는 반유대주의 정서에 대한 우려와도 이어져 있다. 독일 무슬림 사회에서도 반유대주의가 심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인한 이후 반유대 구호를 외치며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는 시위가 잇따랐다. 기민당 소속 의원 모니카 그뤼터스는 <아에르데>(ARD) 방송에 나와 “반유대, 반이스라엘 선동이 에스엔에스(SNS)와 거리에서 행해지고 극우 포퓰리즘 당들이 세력을 얻는 시대에 나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계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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