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일 부활절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일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북핵 협상이 열매를 맺고 한반도에 평화와 화합이 찾아오기를 기원했다.
교황은 바티칸의 성베드로성당 발코니에서 발표한 메시지에서 세계 각지의 분쟁과 고통의 현장을 나열하면서, 예수의 부활은 불의와 폭력으로 얼룩지고 박탈, 배제, 굶주림, 실업, 난민, 노예 등의 문제로 고통을 받는 세상에 “희망과 존엄의 열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정치, 군사 지도자들에게 진행중인 학살의 즉각적인 중지”를 호소했다.
교황은 “우리는 예수가 뿌린 씨가 한반도의 회담에서 열매를 맺음으로써 지금 진행되는 대화가 이 지역에서 화합과 평화를 촉진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대화)에 직접 책임이 있는 이들이 지혜와 분별력을 갖고 행동해 한국인들의 행복을 증진시키고, 국제사회에서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남북한과 주변국 당사자들의 적극적 갈등 해결 노력을 촉구한 것이다.
교황은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서 “무방비인 사람도 예외가 아닌 최근 충돌”을 언급하며 “성지에 화해의 열매가 열리기를 애원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책임을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30일 팔레스타인인 16명이 숨진 사태를 개탄한 것이다.
교황은 시리아 내전의 조기 종식과 피난민들의 안전한 귀환, 내전이 본격화된 지 3년이 지난 예멘의 평화도 기원했다. 러시아 쪽과 크림반도 분쟁을 겪은 우크라이나,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 베네수엘라 등 다른 분쟁 및 갈등 지역도 일일이 거론하며 희생자들, 그 중에서도 어린이들을 특히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많은 난민과 이주민들이 “오늘날 낭비의 문화 속에서 배척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성베드로성당 광장에서 개최된 부활절 미사에는 8만여명이 운집했다. 성베드로광장은 부활절이면 네덜란드가 보내오는 5만송이의 수선화와 튤립, 장미 등으로 장식됐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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