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가짜뉴스’ 유포 주범으로 꼽히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철퇴를 가할 조짐이다. 가짜뉴스가 “민주주의 제도를 전복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최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통해 유출된 5000만명 이상의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 흘러들어 간 정황이 속속 보도되면서 이런 움직임을 불거졌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여론전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이를 수사중이다.
줄리언 킹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안보 담당 국장은 최근 마리야 가브리엘 디지털경제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 등 민감한 선거 문제 및 정치 사안과 관련해 소셜미디어 기업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분명한 계획을 요구했다. 킹 국장은 “내부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치적 목적을 위한 개인정보의 수집을 제한하며, 콘텐츠에 후원한 기업을 공개하는 방안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또 “명확하고 세심하게 정의된 실적 지표를 포함해 구속력 있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이달 말 온라인상의 허위 정보를 배제하는 방법이 들어있는 관련 정책 입안을 처음으로 앞두고 있다. 이와 별도로 프랑스는 총선 기간 법원에 허위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차단할 권한을 주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쪽에 후원금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를 설정해 외부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 쪽 언론 매체인 <스푸트니크>, <러시아 투데이>(RT) 등의 프랑스 내 웹사이트 활동을 두고 “기만적 선전선동이자 명예를 훼손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격분한 바 있다.
올 초 독일도 혐오 게시물을 차단하는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 법’을 시행하면서 명백하게 불법이거나 인종 차별적 내용이 담긴 콘텐츠를 24시간 안에 제거하지 않는 업체에 최대 5000만유로(약 651억4750만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여론조사기관 유로바로미터가 지난달 유럽연합 전역에서 조사를 벌인 결과, 3분의 1이 매일 가짜뉴스를 접한다고 응답했다. 또 전체의 83%가 가짜뉴스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일각에서 위원회의 접근 방식이 합법적 논쟁이나 비판까지 중단시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리제 샤커 유럽의회 의원은 “이런 방안은 그 표현에 주목하게 만든다”며 “이 방법이 바람직한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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