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투트가르트 남쪽 뫼링엔에 있는 라이어호프농장에선 어린이들이 직접 유기농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생태순환 강조 ‘데메터농법’ 전파 활발
가축똥으로 키운 작물 또 가축사료로
품질검사 결과 판매자에 보고하기도
가축똥으로 키운 작물 또 가축사료로
품질검사 결과 판매자에 보고하기도
독일에서 유기농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오랜 경제침체 속에서도 유기농산물은 매년 10% 정도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독일에서 유기농산물의 비중은 전체 식료품 소비의 5%나 될 정도로 높다. 이에 따라 카우프란트, 하엘 등 대형 슈퍼마켓 체인들도 최근 유기농 상품 코너를 만들고 있다.
독일 유기농 바람의 중심에는 ‘진짜 유기농’을 고집하는 ‘데메터’라는 유기농협회가 있다. 1952년 결성된 이 데메터협회에는 현재 전국 135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국외에도 전파돼 독일 이외에 전세계 18개국에 협회가 결성됐고, 인도·일본 등 20여국 국가에서 데메터 농법을 활용하는 농가들이 생겨났다.
데메터 유기농법의 특징은 화학 비료나 첨가물, 농약의 사용을 금지하는 일반 유기농법에 머물지 않고, 자연과 인간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 있다. 그래서 데메터 농가에선 가축 사육이 필수적이다. 가축의 배설물로 땅을 기름지게 하고 그 땅에서 생산된 곡식과 목초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순환의 법칙을 농사 원칙으로 삼는다. 이런 이유에서 데메터는 유럽연합의 유기농 규정보다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독일 소비자들은 데메터 농산물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낸다. 우테 크라우세(45)는 “데메터가 소비자를 속였다는 얘기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조금 비싸긴 하지만 데메터 농산물을 사면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낀다”고 말했다.
소비자 신뢰의 뒤에는 무엇보다 엄격한 품질관리가 있다. 슈투트가르트에서 그린슈나벨 유기농판매점을 운영하는 잉에 빅(50)은 “다른 유기농 상표도 취급하지만 데메터처럼 검사 결과와 과정을 판매자에게 보고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한 예로, 전에 터키에서 데메터 농법으로 생산 수입된 실론차에서 화학세제 성분이 검출 돼 반품조처된 적이 있었다. 이후 조사 결과, 터키 공장의 직원이 실수로 유기농 세제가 아닌 일반 화학 세제로 그릇을 씻었던 것이 밝혀졌고 모든 판매매장에 이 사실을 고지했다. 이런 관계가 판매자들이 고객에게 자신을 갖고 데메터의 물건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소비자 신뢰의 배경이 되고 있다.
데메터농법을 체계화한 사람은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이다. 그는 식량은 배고픔만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얻는 건강하면서도 다양한 힘의 원천이며, 육체적 에너지와 함께 건강한 사고력, 창조력, 사회성을 가져 온다는 생각을 구현할 수 있는 농법을 고안하게 됐다. 슈타이너 박사는 1924년부터 10년 동안 당시 독일 영토였던 현재의 폴란드 서부지역에서 10여 년 동안 시험재배를 통해 데메터농법을 체계화했다.
데메터의 또 다른 강점은 자체 농가경영발전시스템이다. 지역별로 1달에 1번씩 농부들이 모여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현재 어떤 상황인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서로 의논한다. 여름에는 회원들끼리 서로 농가를 방문해 데메터 경작법에 따라 충실히 농사를 짓고 있는지 서로 자연스레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 농한기인 겨울철에는 주제를 정해 전문가를 불러 강연회를 열고 함께 공부도 한다.
이런 시스템은 개별 농가의 경영을 보다 합리화하고 시스템화하는 데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회원들이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생태 중심의 사고를 하고 애정을 갖고 농산물을 경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회원들간의 사회적 신뢰관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다. 땅과 식물, 동물이라는 유기체와 농부라는 인격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 조화를 이뤄가고 있는 것이다.
데메터 협회는 △농가와 생산물에 대한 검사조직 △유통자, 농가, 판매자가 함께 의논하는 협의회 △종자 연구 등을 담당하는 연구소 등 세 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데메터 연구소는 소비자에게 경영의 투명성을 보여주기 위한 일환으로 발행되는 잡지 외에 유기농 종자를 개발해 데메터 농가들에 나눠주고 있다.
글·사진 슈투트가르트/한귀용 통신원 ariguiyong@hotmail.com
바이오마크는 1992년 유럽연합이 유기농 법령을 정비하면서 고안된 유기농산물 표시 마크이다. 유기농을 선호하는 소비자에 대한 보호가 목적으로 남용되는 유기농 상표에 대한 방지와 검사의 일관성을 통해 생산품에 대한 신뢰와 안전성을 소비자에게 보장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유럽연합의 유기농 관련 법령은 독일의 데메터와 비오란트 등 유기농 협회의 적극적 로비와 정책 제안 속에 이뤄졌다.
관련 법령에 따라 유기농 농가는 생산되는 생산물의 산지와 종자 구입, 경작, 판매에 대한 모든 것을 서류화해야 하고,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상품에 바이오 마크를 붙일 수 있다. 유럽연합 법령은 △방사선 사용 △유전자 조작 농산물 △동물의 배설물을 제외한 화학 비료 및 농약 사용 등을 금지하고 △동물 사육시 퇴비 처리를 위해 일정한 농지와 사육시설을 갖출 것과 △유기농으로 생산된 사료에 항생제와 촉진제를 사용하지 말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통신원리포트] 슈투트가르트 “사람-땅-가축 하나돼야 진짜 유기농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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