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죄더 독일 바이에른 주총리가 지난달 24일 공공건물 벽에 달 십자가를 들어보이고 있다.
바이에른 주총리 마르쿠스 죄더(기독교사회당·기사당)는 지난달 24일 기자들 앞에서 십자가를 벽에 다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6월1일부터 주 공공건물들에 십자가를 달겠다고 발표했다. “십자가는 바이에른과 독일의 법적, 사회적 질서의 기본 가치에 대한 고백이다. 십자가는 독일의 문화가치를 대표하므로 독일 공공기관에도 속한다”고 주장했다.
죄더는 전임인 호르스트 제호퍼가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내무장관이 되면서 주총리 자리를 이어받았다. 제호퍼 장관도 지난 3월 “이슬람은 독일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바이에른주를 기반으로 하는 기사당과 연합해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는 당혹해하며 “이슬람은 이미 독일의 일부”라고 반박해야 했다.
죄더의 ‘공공기관 십자가 달기’ 법령은 종교계로부터도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은 <쥐트도이체 차이퉁>에 “법령을 통해 십자가를 달라 마라 할 수 없다”며, 쥐더 탓에 “분열, 불안, 갈등”이 생겼다고 했다. 루트비히 시크 밤베르크 대주교는 “십자가는 어떤 국가의 정체성 표식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에른 무슬림중앙위원회 관계자는 “공직에서도 히잡 쓰는 것을 다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죄더의 이번 발표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교실에 십자가와 예수상을 설치하도록 한 바이에른주 법률은 종교의 자유에 위배된다며 이미 1995년에 위헌 판결을 내린 상태라 더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유대교 쪽에서는 예외적으로 지지를 얻었다. 바이에른 이스라엘 문화공동체 의장 샬로테 크노블로흐는 “통합이라는 과제 앞에서 죄더의 행위는 중요하고 옳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기사당의 우경화가 뚜렷해지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기민련의 자매 정당으로 독일 정치의 주축인 기민-기사연합을 구성하는 기사당은 원래 기민련보다 보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발언이나 정책은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과 변별력을 찾기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보수화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선거 책략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카트린 괴링에카르트 녹색당 대표는 “죄더의 행태는 분열과 배타이며, 값싼 선거운동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