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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68혁명 50주년…데자뷔 겪는 프랑스

등록 2018-05-03 18:03수정 2018-05-03 21:12

마크롱 대통령 권위주의 맞서 “다시 68혁명” 외쳐
문제는 실업률…마크롱 “21세기 세계경제와 양립 불가”
‘가디언’, “현재 파리는 ‘평생 노동 권리’ 싸움”
1968년 5월 프랑스 경찰이 파리에서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1968년 5월 프랑스 경찰이 파리에서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68혁명 당시 프랑스 모습. 프랑스 문화센터 누리집 갈무리
68혁명 당시 프랑스 모습. 프랑스 문화센터 누리집 갈무리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Il est interdit d’interdire!)

1968년 5월3일,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 뜰에서 훗날 현대 사회의 가치관을 세웠다고 평가받게 되는 거대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직접적 계기는 두 달 전 미국의 베트남 침공에 항의하는 대학생 다니엘 콘벤디트 등 6명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파리 사무실을 습격한 일이었다. 성조기를 불태우다 체포된 이들은 징계를 받았다. 분개한 학생들은 캠퍼스에 진입한 경찰에 맞서 거리로 나왔다. 이 같은 움직임에 700만명 이상이 참여한 노동자 총파업이 가세했다. 샤를 드골 정권의 권위주의에 반발한 시민들도 쏟아져 나왔다.

당시 27살 학생이던 제라드 구에간은 <가디언>에, 당시 소르본누벨대학(파리제3대학) 교정에서 “현실주의자가 되자.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는 구호를 외쳤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노동절 집회 땐 아들 앙투안(27)이 그가 머물던 거리에 앉아 “사회를 변화시키자”는 반정부 시위 물결에 동참했다.

2018년 파리의 5월은 50년 전 1968년의 ‘그날’과 여러 모로 겹친다. 68혁명(파리 5월 혁명) 50돌을 맞은 지금 프랑스에선 ‘우연히도’ 50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거리엔 “68혁명 정신을 계승하자”, “다시 68혁명”이란 구호가 들려오고 ‘1968·2018 혁명!’ 같은 문구를 쓴 포스터가 나붙었다. 철도노조는 지난달 3일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개혁’ 정책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징검다리’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1일 파리에서만 2만여명의 시위대가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대입 제도 개편, 철도 개혁에 반대하며 행진했다. ‘68혁명 9년 후에 태어난’ 마크롱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지도자 행세를 하며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1968년 드골 대통령을 향했던 비판의 목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68혁명 당시 프랑스 모습. 프랑스 문화센터 누리집 갈무리
68혁명 당시 프랑스 모습. 프랑스 문화센터 누리집 갈무리
50년 전 혁명은 이후 반전·탈권위·인권·여성·환경 운동으로 확대됐다. 결국 이듬해 4월 드골 정권이 무너졌다. 68혁명 정신을 계승해 창간한 일간 <리베라시옹>은 2일, 당시 사회 움직임에 대해 “평등과 해방의 상징 아래 놓인 문화 혁명의 시작이었고, 대중적·사회적·민주주의적 운동이었다. 그곳이 바로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운동은 전 세계로 확산됐다. 유럽을 넘어, 미국의 반전 운동과 일본의 학생 운동에 큰 영감을 줬다.

68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 각지에선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세상을 뒤엎을 것 같았던 50년 전의 생동감은 없다. 앙투안은 “68혁명과 지금의 공통점은 젊은이들의 절망감”이라면서도 그 정도는 다르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정체기에 있다. 투쟁이 더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가장 큰 고통은 실업이다. 1968년 당시 프랑스의 실업률이 2% 미만이었지만, 현재는 9% 가까이 상승했다. 청년 실업률은 20%까지 치솟았다. <가디언>은 “68혁명은 권위에 저항하는 싸움이었지만, 현재 파리는 이전 세대가 누렸던 ‘평생 노동의 권리’를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들의 주장이 “21세기 세계 경제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 반박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똑 부러진 기념행사도 없다.

여론조사업체 비아보이스와 <리베라시옹>이 지난달 16~17일 1000명을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0%가 68혁명이 프랑스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68혁명이 다시 일어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46%나 됐다. <비비시>(BBC)는 “그때 학생들이 다가올 시대를 ‘자신들의 것’으로 여기고 낙관적이었던 반면, 지금은 ‘이미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감지해 비관적”이라고 짚었다. “오늘 시위는 변화가 아닌 보존을 요구한다. 역사적 순환의 끝에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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