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한림원 노벨박물관 입구 모습. 스톡홀름/AFP 연합뉴스
지난해 불거진 ‘미투’ 파문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비판 받아온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4일 노벨재단이 성명을 내어 “원칙적으로 노벨상은 매년 수여되지만 시상 기관 상황이 매우 심각해 신뢰하기 어렵다고 생각될 때는 연기할 수 있다. 한림원의 결정을 지지해 문학상 시상을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올해 몫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2019년에 함께 상을 주기로 했다. 한림원 상임비서 앤더스 올슨은 “다음 수상자가 발표되기 전 한림원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림원은 지난해 11월 종신위원 19명 중 한 명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이자, 한림원의 재정 지원으로 신인 작가를 위한 ‘문화 클럽’을 운영해온 프랑스 출신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가 18명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발칵 뒤집혔다. 아르노는 혐의를 부인하지만, 지난달 29일에 스웨덴의 왕위 계승 서열 1위 빅토리아 공주를 추행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현지 신문은 아르노가 2006년 연회에서 공주의 목부터 하반신까지 쓰다듬었으며, 당시 공주의 수행원이 황급히 다가가 아르노를 밀쳐냈다는 목격담을 전했다.
여기에 프로스텐손이 7차례에 걸쳐 밥 딜런(2016년 수상) 등 수상자 명단을 사전에 유출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한림원은 궁지에 몰렸다. 아르노 부부에 대한 부당 지원, 성폭력, 공주 추행, 수상자 명단 유출 등의 문제가 잇따라 터지는 과정에서 한림원 위원 7명이 사직했다. 사무총장까지 사퇴했다. 노벨문학상은 1943년 2차 세계대전 때 시상이 연기된 이후로는 처음으로 올해 파행을 맞게 됐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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