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개통된 크림대교를 직접 트럭을 몰고 건너려고 운전석에 앉고 있다. EPA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에는 ‘트럭 기사’로 변신했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개통된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를 자신이 직접 트럭을 몰고 주파했다. 크림대교는 크림반도 동쪽과 러시아 본토 사이에 있는 케르치해협 위에 건설된 다리다. 길이 19㎞에, 건설비 37억달러(약 4조원)가 소요됐다.
케르치해협대교로도 불리는 크림대교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합병한 크림반도의 영유권을 다지기 위한 것이다. 크림대교는 러시아 본토에서 크림반도로 직접 이어지는 유일한 통로다. 크림대교는 길이 17.2㎞인 포르투갈의 바스코다가마대교를 제치고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가 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산 카마즈 트럭을 직접 운전해 크림대교를 통과하면서 이 다리를 개통했다. 푸틴은 개통식에서 “차르의 통치 등 여러 역사적 국면에서 사람들은 이 다리를 건설할 꿈을 꿨다”며 “1930년대, 40년대, 50년대에도 다리 건설을 계획했고, 결국 여러분의 노고와 재능으로 이 기적이 이뤄졌다”며 건설 현장 노동자들을 치하했다.
트럭의 운전석에 앉은 푸틴은 “가자”라며 시동을 걸고는 이 다리 개통을 기념하는 35대의 수송대를 이끌었다. 푸틴의 “가자”라는 말은 인류 최초의 우주인인 옛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우주선을 발사할 때 한 말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유도, 사냥, 수영 등을 통해서 자신의 남성성을 드러내는 선전 활동을 즐겨해왔다. 이번에는 직접 트럭을 운전하는 기사로 변신해, 노동자들을 겨냥한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러시아 당국은 푸틴이 20년 전에 트럭 운전 면허증을 획득했다고 확인했다.
15일 개통된 크림대교.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직접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가 된 크림대교는 크림반도 동쪽의 케르치해협 위에 놓여진 길이 19㎞로,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다.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는 삼면이 흑해로 둘러싸이고, 육지로 통하는 북쪽은 우크라이나와 접경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이 지역을 러시아 본토와 연결할 다리 건설을 서둘러왔다. 이전에 러시아는 케르치해협을 운항하는 페리로 크림반도로 오가는 물동량을 처리해야만 했다. 크림대교는 하루 4만대의 차량 통행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2019년말에는 이 대교에 철도 부설도 완비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공기를 6개월이나 단축해 크림대교를 완공했다고 러시아 국영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은 이 다리 공사에 관여된 스트로이가즈몬타즈 등 러시아 기업들을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 푸틴 대통령의 유도 파트너로 스트로이가즈몬타즈의 경영자인 아르카디 로텐베르크는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소름이 돋는다”고 감회를 밝혔다. 로텐베르크는 푸틴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로 인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는 인물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의 크림대교 개통에 반발했다. 크림대교 개통식이 있은지 몇시간 뒤 우크라이나 키예프 주재 러시아 관영 영어 뉴스채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