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문인 영국 옥스퍼드대의 ‘금수저’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처음 공식 통계를 통해 드러났다.
옥스퍼드대가 23일 발표한 학부 입학 통계를 보면, ‘사립학교를 나온 런던·사우스이스트 지역 출신 백인 학생’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9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옥스퍼드대가 이런 통계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옥스퍼드대 29개 칼리지는 지원자 1만9938명 중 3270명을 선발했는데, 입학생 42%가 사립학교 출신이다. 이튼스쿨 등 유명 사립학교에 다니려면 연간 수천만원의 학비가 들기 때문에 영국의 사립학교 학생 비율은 7%에 불과하다.
2015~2017년 입학생 출신 지역을 분석해도 비슷하다. 부유한 지역으로 꼽히는 런던·사우스이스트 출신 신입생이 절반에 가까운 46.8%였다. 런던과 사우스이스트에는 영국 전체 인구의 26.6%가 산다.
인종 불균형도 드러났다. 영국 내 흑인 비율은 전체의 3%인데, 지난해 입학생들 중 흑인 비율은 1.9%다. 흑인·아시아계·혼혈 학생 등 ‘비백인’은 17.9%를 차지하며, 이 또한 영국 대학 평균(25%)을 밑돈다. 2015년부터 3년간 29개 칼리지 중 8곳은 흑인 지원자를 최대 2명만 받았다.
옥스퍼드대 학내 신문인 <처웰>은 “지난해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상위 학교 20곳 중 17곳이 사립학교”라며 “1위인 웨스트민스터스쿨은 전체 흑인 입학생보다 많은 입학생을 배출했다”고 지적했다. 옥스퍼드대의 ‘사회적 차별’ 반대 운동을 벌여온 데이비드 래미 노동당 의원은 “이런 결과는 이 대학이 런던과 사우스이스트 지역의 부유한 백인 학생들을 보호하는 확고한 특권으로 정의된 기관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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